바이든·브라질·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대선 다시 치러야”

브라질·콜롬비아 투표 결과 공개 촉구…재선거 제안도
바이든도 재선거 실시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해
마두로, 대선 불복 항위시위 지속되자 강경진압 나서
국제사회선 "인권 탄압·반인도적 행위" 비판 거세
마두로 "내정 간섭…선거 이미 끝나" 일축
  • 등록 2024-08-16 오전 10:03:47

    수정 2024-08-16 오전 10:03: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국제사회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웃 국가인 브라질과 콜롬비아가 선거를 다시 치를 것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지지를 표했으나, 이후 백악관은 관련 발언을 철회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AFP)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선 투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선 승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는 브라질을 비롯해 전 세계에 (투표 결과 공개를 통해 자신의 승리를) 해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공정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새로운 선거를 실시하거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야당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현재) 브라질 정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도 나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제안했다.

콜롬비아의 좌파 성향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정치적으로 합의를 이루는 것이 평화를 향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새로운 선거 실시, 과도 연립정부 구성 등을 거들었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야권의 에드문도 곤잘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당선자라며 마두로 대통령에게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네수엘라에서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는 “바이든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선거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 터무니없다고 말하고 있었다”며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는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자칫 내정 간섭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조처로 파악된다. NSC는 “대부분의 베네수엘라 국민과 미국, 그리고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가 존중되고 민주적 규범으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야권 및 시민들은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선과 관련, 출구조사와 상반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 항의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출구조사에선 곤살레스 후보가 마두로 대통령보다 2배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확정했다. 베네수엘라 여론조사업체인 메가날리시스에 따르면 4~7일 전국 유권자 10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본다는 응답자는 6.1%에 불과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시위대에 쿠데타 및 테러 시도 등의 혐의를 적용하고 강경 진압에 나섰다. 지난 8일까지 23명이 진압대의 총격에 맞아 사망했으며, 현재까지 2000명 이상이 구금됐다. 이에 국제사회에선 시위 대응과 관련해 인권 탄압, 반인도적 범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엔 결의를 토대로 2019년부터 독립적으로 베네수엘라 내 인권탄압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국제 조사단은 전날 성명을 내고 “약식 심리, 증거 없는 혐의 적용, 구금자 가족에게 미통보 등 자의적·불법적 체포 사례가 상당하고, 부모나 보호자 동의 없이 성인과 똑같은 혐의로 붙잡힌 100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있다”며 “야권에 대한 마두로 정부의 탄압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전날 마두로 정부의 시위 대응 전반을 적극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직 미국 관리 20명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마두로 정부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투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선거는 이미 끝났다”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3차 선거를 치르겠느냐”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부터 집권했으며, 이번 대선 승리를 통해 3선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독재가 지속되는 동안 석유 의존 경제가 붕괴하고 정치적·사회적 탄압과 억압이 증가해 약 4분의 1의 국민이 해외로 이주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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