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예멘 반군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으로 촉발된 홍해 리스크가 지속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홍해를 지나는 바닷길이 막혀 해상운임이 급등한 데 따라 해운업체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반면 타이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수출업체들은 물류비 증가로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166.31p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51.41포인트(p) 내린 수치지만 최근 한 달간 상승과 하락을 매주 반복하며 좀체 예상하기 어려운 추이를 보이고 있다. SCFI는 지난 1월 12일 1년 4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한 이후 최근까지 2000선에서 요동치는 모습이다.
| 홍해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 구축함의 병사가 쌍안경으로 전방을 관측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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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급등한 해상운임은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후티 반군과 미국과 영국군의 공방이 지속하며 홍해 리스크 장기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홍해 사태를 일으킨 후티 반군의 행보를 지켜보던 미국과 영국은 후티의 군사 시설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시작하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그럼에도 후티는 지난 7일(현지시간) 홍해 남부와 아덴만을 지나는 선박 두 척을 겨냥해 대함 미사일 6발을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 이후 홍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게 불가능해진 유조선과 컨테이너선들은 이 지름길을 포기하고 희망봉으로 항로를 우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물류난이 발생하며 해상운임도 치솟은 것이다.
이 같은 해상운임 상승은 해운업체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해운업체의 실적은 사실상 해상운임과 연동해 움직이는데, 이번 홍해 사태로 당초 예상보다 해상운임이 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HMM만 보더라도 해상운임이 고공 행진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7조3800억원, 9조9500억원의 천문학적 이익을 냈다. 그러나 운임이 대폭 떨어진 지난해 영업이익은 57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선복 부족으로 급등했던 SCFI는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지난해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인 5109.60을 기록하기도 했던 SCFI는 지난해 들어서는 1000선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했다.
해운업체들과는 달리 수출기업들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서 제품을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비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물류비 하락의 역할도 컸다.
수출을 주로 하는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홍해 사태가 벌써 실적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 1일 올 1월 판매량(226대)이 전년 동월 대비 97.1%나 감소한 이유로 ‘홍해 리스크’를 지목했다. 이외에도 석유화학, 가전 등 주요 수출업체들의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수출기업 피해 최소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수출 바우처 물류비 지원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한국무역보험공사는 홍해 물류사태 피해기업 긴급지원방안으로 신용보증 한도를 우대하고 보험금 지급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