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체제 中 원치 않아...중과 관계 개선해야"[한반도 정세 긴급대담]

신기욱 美스탠퍼드대 교수, 오준 전 유엔대사 긴급대담
글로벌 역할 강화하는 중국, ‘북중러’에 힘 싣지 않을 것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尹-시진핑과 만남 추진 제언
트럼프 당선되면 대외정책 불확싱성 커져 한국에 불리
  • 등록 2023-09-13 오전 9:49:45

    수정 2023-09-13 오전 11:31:24

[대담 이승현 부장·정리 윤정훈 기자] 지난달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한미일 3국의 경제·안보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3국 공조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대결 양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추진되고 있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오준 전 유엔대사가 12일 서울시 중구 순화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는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하기 위해 국제관계 전문가인 신기욱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오준 전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와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 간의 신냉전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현 국제정서, 미중 충돌, 북한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신 교수와 오 전 대사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의 행보를 쫓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북중러 연대’가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 전향적인 관계를 가져간다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 전 대사는 “중국 입장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구도가 강화되는 것은 문제가 된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수세에 몰려 있고, 북한도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 북중러 연대는 글로벌 역할 강화를 표명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과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 역시 “중국이 사드 사태 때 한국에게 너무 심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최근 단체관광객 한국 방문도 풀어주는 등 한국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윤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국을 무대로 활동해온 사회·국제정치학자로 동북아ㆍ국제관계 전문가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의 사회운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스탠퍼드대 부임 후 한국학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아시아ㆍ태평양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국내 출간 저서로는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2009),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2010), ‘슈퍼피셜 코리아’(2017), ‘민주주의의 모험’(2023) 등이 있다.

‘다자외교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오 전 대사는 1978년 외무고시 12기로 외교부에 입성했다.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2등 서기관을 시작으로 유엔총회의장 비서실 공사, 유엔 대한민국대표부 차석대사를 거쳐 유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까지 지낸 국내 대표적인 ‘유엔통’이다.

다음은 신 교수, 오 전 대사와 진행한 대담 전문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만남이 성사됐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오준(이하 오)=한미일과 북중러가 신냉전에 돌입했다는 시각이 있고 이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북한은 코로나와 국가 제재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대립구도가 이어진다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지원 받기가 용이해진다. 하지만 실제는 다를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중러 협력이라는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기엔 이미 국제화가 돼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가 과거 냉전처럼 마냥 대립 구도로 갈 수 없는 이유다.

△신기욱(이하 신)=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는 지난 정부는 북한 일변도로 갔는데, 지금 정부는 북한에 전혀 관여(Engagement)하지 않고 있다. 북한 인권, 핵문제가 어려운 건 맞지만 북한에 관여는 해야 한다. 둘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했을 때 중국이 러시아를 전폭 지지하지 않았다. 러시아 침공에 대해. 중국은 거리를 두는 것 같다. (오 전 대사가) 말씀하신 대로 미국과 갈등 구조가 있긴 하지만 북중러 구도를 중국은 원하지 않는다. 중국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드 때 한국에게 너무 심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게 있는만큼 현재 우리 정부와 (관계 개선) 여지가 있다. 중국이 한국을 비판 일변도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관광도 풀어주고 있다.

△오=시 주석이 방한할 가능성이 있고, 한국이 중국과 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신=일본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기시다 총리와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물밑작업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염수 방류 문제로 잘 안 됐다. 일본이 빗겨나면서 한국에 기회가 생겼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 미국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중국과는 이야기가 없었다. 이번 기회를 살리면 어떨까. 우리도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국 측과 얘기해보니깐 중국은 수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도 한국이 완전 미국편에 서는 건 원치 않아서 여지가 있다.

△오=윤 정부가 무조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이나 북한을 몰아붙이는 건 위험하다. 한미동맹만을 강조하면서, 북핵이 지난 정부보다 더 실존적인 위험이 됐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핵을 강화하는 명제는 맞는데, 제 생각엔 중국이나 북한과 대화도 해야 한다. 중국과는 협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우리가 이미 물밑대화를 하고 있다면 긍정적으로 본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윤 대통령은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대만, 남중국해 등 문제를 언급했다. 이렇게까지 중국을 몰아붙여도 되나 싶을 정도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한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나

△오=중국 입장에서는 북중러 한미일 대립구도가 강화되는 게 문제될 수 있다. 중국은 자신들이 글로벌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입장인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세에 몰렸다. 북한은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에게 실익을 줄 수 없다. 이 구도로 가는 게 ‘일대일로’나 글로벌 역할 강화를 추구하는 중국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과도 돌파구를 만들고, 미국의 경제적인 제재에 대해서도 싸우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깨닫고 있다. 미국과도 돌파구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인가

△신=다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사회의 외면을 받고 있지 않나.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하고 북러정상회담이 열린다고 신냉전이 굳어지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형 인태(인도태평양) 전략 등 우리 정부의 메시지나 방향을 보면 ‘신냉전’ 체제로 돌입하는 듯 하다.

△오=복안없이, 한미동맹 강화만 밀어붙이는 건 걱정스럽다. 일단은 한미동맹 강화를 추진하면서 중국 등 다른 곳과 돌파구를 만드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신=그동안 나빴던 일본과 관계를 회복하고 미국과 관계를 다지는 건 좋다. 여기에 중국과 관여하면 전략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아니면 문제가 된다.

-미국의 관심사는 대만문제다. 실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신=최근 대만에 다녀왔다. 예측이 쉽지는 않은데 반반으로 본다. 내외부 요소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시 주석이다. 중국이 어려운 내부사정을 정치적으로 국면전환하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 방식은 전면전뿐 아니라 해상봉쇄, 사이버공격 등 다양하다. 내부적으로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가 있다. 반중성향의 여당이 당선되면 침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 주석 변수와 대만선거, 내년 미국대선을 종합적으로 봐야한다.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시 주석은 본인이 레거시(유산)를 남기고 싶다고 믿는 것 같다. 우려스러운 건 아무도 ‘노(No)’를 못한다. 푸틴과 똑같다. 시진핑이 만약에 전쟁을 한다고 하면 말릴 사람이 없다. ‘시진핑 리스크’가 가장 크다.

△오=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중국은 북한이 아니다. 글로벌 역할을 추구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코가 꿴걸 봤기 때문에 대만을 침공한다고 해서 원하는대로 될 가능성이 높지않다는 걸 깨달았을 거다. 미국이 있는 한 의도적인 대만 무력 침공은 앞으로 몇 년은 없을 거다. 다만 우발적 충돌이 전쟁으로 격화되는 상황은 언제든 가능하다. 이 상황에서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전쟁 상황이 되더라도 미국이 관리할 거라고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무력충돌 가능성은 낮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다.

△오=중국이 대만을 의도적으로 침공하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묶어놓기 위해서도 북한으로 하여금 무력도발을 사주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전쟁을 할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의도적 전쟁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북한의 남침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신=북한문제에 대해 오 전 대사님과 동의하는 부분은 중국은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목적인 대만 통일이지, 미국과 전쟁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북한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미국이 2개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한국의 딜레마가 될 것이다.

-내년 미국 대선도 관심사다. 어떻게 전망하나. 만약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예전 월드뱅크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브랑코 밀라노비치가 ‘엘리펀트 커브(코끼리 곡선)’를 만들어서 유명하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가장 소득감소가 가장 많았던 계층이 미국의 백인 중산층이다. 줄어든 소득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로 갔다. 1980년대 미국은 모든 산업에서 1위였다. 지금은 방위산업이나 고등교육 분야, IT, 문화, 금융 등은 1등이지만 그외 분야는 아니다. 트럼프는 포퓰리즘에 편승한 건데, 포퓰리즘을 한다고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당선될만큼 미국이 무너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도 절반은 있다고 본다. 문제는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함께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트럼프를 제지해주던 주요 참모들은 이제 다 떠났다. 트럼프가 당선됐을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이 즉흥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건 한국에게는 어려운 부분이다. (바이든에 올인하기보다는) 플랜B를 생각해야 한다.

△오=트럼프는 정치적인 ‘쇼’를 했지 대북정책을 바꾼 건 없다.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해서 과거와 같은 북미 화해 모드를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오준 전 유엔대사가 국제정세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우크라니아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

△오=러시아는 조만간 출구전략 준비할 것이다. 미국이나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러시아도 깨달았을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국익을 확보해야 푸틴 대통령 체면을 살리는 출구전략이 가능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입장에서는 크림반도에 추가해서 동부까지 내주는 건 있을 수 없다. 아마도 동부지역의 영토 분할 문제를 놓고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신=푸틴과 젤렌스키 체면을 다 살릴 수 있는 묘안이 없지 않겠나. 미국이 나서야 하는데, 그럴 거 같진 않다. 휴전 정도는 할지 모르겠다. 유럽은 에너지 문제로 힘든데 미국 입장에서는 에너지에 타격이 없고 무기를 팔고 있는만큼 전쟁 지속되는 게 나쁜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종전을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쇼를 좋아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혹시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탈중국의 대안으로 최근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 인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오=전망에 의하면 2050년 인도가 세계 톱 국가 포함될 거다. IT나 우주과학같은 첨단과학에서 굉장히 급속성장하고 있다. 인도의 문제는 계층 문제가 심각해 엘리트그룹과 아닌 사람들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면 인도의 성장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본다. 그렇다고 미중 양강 체제를 대체하기는 아직 이르다.

△신=첨단 기술과 혁신의 글로벌 중심지인 실리콘밸리 영향력은 인도가 중국보다 크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 리더도 인도계가 많다. 다만 힌두교 문화와 빈부격차가 심하고 거버넌스가 떨어진다. 다만 미국과 보완적 관계에 있고 중국과 갈등이 없기 때문에 한동안 성장할 것으로 본다. 한국도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교류를 늘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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