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네 번째 동결…쑥 커진 가계부채 증가 경계(상보)

한은 금통위 본회의서 기준금리 연 3.5%로 동결
물가, 2%대에도 연말 3% 내외 전망…근원물가 상향 가능성
6월 은행 가계대출 6조 급증, 석 달 째 증가세
둔화한 미 물가지표…7월 FOMC가 분수령될 듯
총재 제외 금통위원 6명 전원, 3.75% 가능성 열어둘 듯
  • 등록 2023-07-13 오전 9:52:43

    수정 2023-07-13 오전 9:52:4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 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1월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 4월, 5월에 이은 네 번째 금리 동결이다.

물가상승률이 2%대로 진입했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매파(긴축 선호)’ 메시지 전달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한국은행


◇ 2%대 물가, 다시 오른다…가계부채 증가 전환도 걱정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전망한 것과 일치한다.

한은이 2월부터 네 번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금리를 3%포인트 올린 만큼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지켜보기 위함이다.

일단 물가상승률은 한은 전망대로 6월 전년동월비 2.7%를 기록, 2%대로 떨어졌고 7월에는 2%대 초중반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8월부턴 다시 물가상승률이 올라가면서 연말 3%내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한은은 상반기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 상승률이 3.9%를 기록, 한은 전망치 3.8%를 상회했다며 올 연간 근원물가 전망을 3.3%에서 소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물가가 한은 전망대로 움직이는지를 좀 더 확인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금통위원들은 가계대출 증가에 민감해진 모습이다. 여러 금통위원은 지난 달 21일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관련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작년 3분기 이후 줄어들고 있던 가계부채 규모가 4월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점까지 보고서에 추가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불균형 재차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 좋겠다. 가계부채 누증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9000억원으로 석 달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6월에만 7조원 급증했다. 한은이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주담대가 7조원 이상 급증한 것은 2015년 4월(8조원), 2020년 2월(7조8000억원) 두 번 밖에 없었다. 가계신용(대출+신용카드 판매 신용)은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감소세를 보이면서 역사상 첫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시도하는 듯 했으나 올 2분기부턴 증가세로 전환됐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 거래와 관계가 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 건수는 2월 6만4000건을 기록한 후 3~4월 6만건을 하회했으나 5월 다시 7만건으로 회복됐다. 작년 4월(7만5000건) 이후 최대치다.

이런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를 자극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이창용 총재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관심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해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해 집주인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5월처럼 기준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은 한은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6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0%,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4.8%에 그쳐 시장 예상치(3.1%, 5.0%)를 하회했다. 이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달 한 번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하락했다. 한은으로선 금리 결정에 있어 미국 눈치를 덜 봐도 된다는 신호다. 그러나 시간당 임금이 오르고 고용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금리 인상이 이달 종료될지, 9월 이후까지 이어질지는 이달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매파 유지 속 ‘새마을금고 뱅크런 등 금융불안’ 완화, 어떻게 조화하나


금융불안,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한 한은의 시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가 금융당국과 5대 은행의 유동성 지원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고금리가 지속할수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비은행권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럴 경우 작년말 레고랜드 부도 사태 이후 단기금융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사태가 났을 때처럼 한은이 자금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작년말 유동성 공급 이후 단기 금리가 과도하게 기준금리 밑으로 빠졌고 지난달에야 국고채·단기 금리와 기준금리간 역전 현상이 정상화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렸던 만큼 유동성 공급이 또 이뤄질 경우 긴축 통화정책과 유동성 공급간 정책 조합 사이에서의 혼란이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씨티는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를 계기로 한은의 공개시장조작이 ‘통화정책 실효성 확보’에서 ‘금융안정 확보’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이 현 수준의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지로 논란이 옮겨붙을 수도 있다.

한편 정부 지출 축소 우려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도 대두된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적자 국채 발행 가능성을 차단한 만큼 정부 지출이 축소된다면 한은이 제시한 올해(1.4%)와 내년 성장률(2.3%) 전망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 등이 이뤄질 경우 한은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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