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다웠던 실적, 그래도 불황에 용빼는 재주 없다 (영상)

애플 4분기 EPS `예상상회`, 역대급 매출도 예상 넘어
아이폰 매출은 월가 기대 못미쳐…환율·부품부족 영향
맥 판매 호조, `수익성 높은` 서비스 매출은 부진한 편
"향후 아이폰 및 타제품 수요 둔화"…서비스 둔화 걱정
애플도 연말 매출 둔화 예고…"신규채용도 늦추는 중"
  • 등록 2022-10-28 오전 10:09:26

    수정 2022-10-28 오후 5:54:0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가진 테크업체의 공룡 애플(AAPL)도 거세게 불어닥치는 거시경제 역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실적으로 보여줬다. 그래도 애플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선전을 보였다는 평가지만, 내년 한 해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회사 최고경영진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애플은 27일(현지시간) 뉴욕 정규시장 마감 후 2022회계연도 4분기(7~9월) 실적을 공개했는데, 대체로 월가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주당순이익(EPS)이 1.29달러로, 월가에서 전망한 1.27달러보다 높았고, 총마진도 42.3%로, 월가에서 전망한 42.1%를 능가했다.



매출액 역시 901억5000만달러로 3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매출액 역시 월가 전망치인 889억달러를 넘었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어났다. 이에 대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달러화 강세로 인해 매출액이 6%포인트 정도 하락한 것 같다”고 말해, 환율 영향을 제외한 매출액 증가율은 10%대 중반에 이를 것임을 시사했다.

아이폰 판매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2023회계연도 1분기부터의 걱정이 더 크게 자리잡은 모습이다. 4분기 아이폰 매출은 426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67% 늘었지만, 월가 전망치인 432억1000만달러에는 못 미쳤다.

그러나 이는 캐널리스 추계로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9%나 줄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치다. 다만 ‘아이폰14’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작년 4분기에 47%나 됐던 아이폰 매출 성장률에 비해서는 초라해 보였다.

루카 매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이폰 매출은 우리 전망치를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도 “환율 요인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쿡 CEO도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 등 고가 제품이 부품 문제로 공급에 제약이 있었던 게 매출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도 향후 아이폰 판매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새믹 채터지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기를 보면 기본 모델 판매가 부진했는데도 비교적 소득이 많은 계층에서 고가 모델을 구입하려는 수요는 강했다”고 평가했지만, “문제는 내년이며 소비지출 부진으로 인해 내년 연간 실적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기별 아이폰 매출 증가율 추이


그나마 개인용컴퓨터(PC)와 노트북인 맥 매출은 115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5.39%나 늘었고, 월가 전망치였던 93억6000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웨어러블과 홈, 액세서리도 96억5000만달러를 벌어 전년대비 9.85% 늘었고, 월가 전망 91억7000만달러를 넘었다.

반면 아이패드는 71억7000만달러 매출에 그쳐 월가 전망 79억4000만달러에 못 미친 것은 물론이고 제품군 중 유일하게 전년대비 13%에 이르는 역성장을 보였다.

하드웨어 제품들에 비해 마진이 2배 이상 높아 애플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서비스부문 매출도 저조했다. 4분기에 191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201억달러였던 전망치에 못 미쳤고, 전년동기대비 4.98% 증가에 그쳤다.

팀 롱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이외에도 대부분 고가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다른 제품군에서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서비스 매출 둔화는 내년 내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 서비스 매출 둔화에 대비해 미리 애플이 애플뮤직과 애플+ 요금을 인상했다고 보는데 대해 이날 쿡 CEO는 “이는 서비스 매출과는 무관하다”면서 “콘텐츠 구입 비용이 올라간 탓에 요금을 올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향후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건 월가는 물론이고 애플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실적 가이던스를 내지 않기로 유명한 애플이지만, 이날 매스트리 CFO는 왠지 친절하게 앞으로 나쁘질 실적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팀 쿡 애플 CEO


그는 “전망치는 제시하지 않지만 (실적) 방향성에 대한 통찰력은 공유하겠다”고 운을 뗀 뒤 “2023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이번 분기(+8.1%)보다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서비스부문은 1분기에도 더 성장하겠지만 거시경제 여건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분기에 크게 늘어난 맥 판매량도 1분기엔 다시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쿡 CEO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에 동시에 설명했다. 그는 “환율 영향이 상당히 강하게 미치고 있다”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용에 신중함을 기하고 있고 신규 채용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꽤 많다”고 하면서 “최근 메모리 칩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고도 했다.

월가는 걱정이 늘고 있다. 시드니 호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거시경제 역풍에 애플 제품군들의 수요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애플 측의 질적인 실적 전망을 들어보니 애플 스스로도 내부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이 아이폰 위탁생산 주문을 이미 줄이고 있고, 주가도 최근 20%나 하락하면서 이런 추세를 앞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시 코엔 인베스팅닷컴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제 진짜 우려는 서비스부문 매출 둔화가 될 것”이라며 향후 주가 방향성을 서비스 매출 둔화폭이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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