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다시 인기가 상승하던데요.
- 아시아 지역에선 아직 예전의 인기를 만회하지 못하셨던데.
맞어. 솔직히 유로가 죽을 쑨 덕에 내 위상이 조금 높아졌지, 아시아에선 아직 힘을 못쓰고 있어. 올들어서만 내 몸값은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 한국 원에 비해 4% 가까이 떨어졌어. 심지어 요즘 친 탁신계열의 시위대 때문에 속을 끓고 있는 태국의 바트에 비해서도 3% 떨어졌어. 말레이시아 링깃과 비교하면 내 몸값이 좀 더 큰 폭(6%)으로 떨어졌지. 그 나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 탓에 링깃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야.
그렇지. 근데 최근 트렌드와 관련해 한가지 덧붙이자면 상품 통화 역시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게야.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원자재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지. 옆집 사는 캐나다 달러는 이제 나랑 몸값이 같아 졌어(미국달러-캐나다달러 = 1.0035캐나다달러). 2008년 6월 이후 처음이지. 호주 달러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 아시아 쪽은 주식시장도 좋더군요.
- 요즘 중국 위안 때문에 머리 좀 아프시겠어요.
머리가 아프다기 보다는 아시아 국가들이 위안 평가절상 문제에 잠자코 있으니 조금 야속하더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아시아 수출국 입장에선 서구시장을 생각하면 중국이 경쟁자지만, 중국 자체 시장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거대한 수출 시장이니까.
- 그런데 아시아 국가 입장에서 자국 통화가 오르는 것을 저렇게 내버려 둬도 괜찮을까요.
일장일단이 있어.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솔직히 중국을 빼면 나머지 경쟁국들이 다 같이 오르는 것이니 크게 걱정이 안될 수도 있겠지. 오히려 출구전략, 즉 금리인상이라는 충격을 가하지 않고서도 물가를 잡을 수 있으니 좋잖아.
경제회복 초입에 금리인상이 부담스러운 국가들로선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가뜩이나 요즘 원유랑 석탄 가격도 오르고 있으니. 최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것도 루피 상승덕에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