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오매불망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계가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섰다. 감원에 따른 인건비 감축으로 충분치 않아 미시적인 부분까지 죄다 손 대기 시작했다.
일본 등 타국 자동차 업체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인 경기후퇴(recession)로 수요가 급감한데다 신용경색으로 자금 조달 또한 쉽지않아 비용 절감 외에는 해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
각 기업들은 `덜 쓰기` 정책을 통해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평가들이 대세다.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 美 `빅3`, 최대한 짜내라
미국 빅3의 비용절감은 기업 구석구석까지 확대됐다. 감원이나 연구개발(R&D) 연기, 정보기술(IT) 투자나 광고비 삭감 만으로는 비용절감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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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는 562개 벽시계의 배터리 교환과 1년에 두 차례 서머타임을 고려한 조율 등을 일체 중단키로 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잘못되거나 아예 멈춘 시계들이 이미 속출하고 있다고.
본사에서는 7시 이후 엘리베이터 작동이 중단되고, 필기구들도 저가의 제품으로 모두 교환됐다. 매출 상위 딜러에게 주던 상도 없애기로 했으며, 전화 음성녹음 시스템도 모두 없앴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도 마찬가지다. 포드는 지난주 북미 정규직 직원을 약 10% 가량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양 사 모두 비용절감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 美 모터쇼 어쩌나..`불참` 선언 잇따라
GM과 크라이슬러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차 개발 작업을 연기하거나 아예 중단했다. 이와 함께 지난 주에 열린 LA 모터쇼에서는 으레 해왔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일본 3위 자동차업체인 닛산은 올해 디트로이트나 시카고 모터쇼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LA 모터쇼에서는 3개 신모델을 공개했지만 그 규모는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이로써 닛산은 디트로이트 모터쇼 불참을 선언한 7번째 업체가 됐다. 지난주에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와 스즈키가 불참 의사를 밝혔으며, 페라리, 랜드로버, BMW의 롤스로이스 등은 일찌감치 불참을 결정했다. 포르셰는 2007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 경영진 비난여론 여전..전략 수정 필요
그러나 비용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빅3`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전반적인 전략 수정 없이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안일한 인식에 대한 비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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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의원들은 빅3 경영진에게 "직원들과 희생을 함께하기 위해 연봉을 1달러까지 줄일 수 있겠냐"고 물었고, 릭 웨고너 GM 회장과 앨런 멀랠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거부했다.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CEO가 유일하게 `그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말했지만, 나델리는 이미 연봉을 받지 않고 있다. 그는 크라이슬러 소유주인 서버러스캐피탈운용이 인수에 대한 수익을 낼 경우에 보상을 받기로 돼 있다.
12월에 있을 의회 출석에는 함께 한 차를 타고 `카풀`로 참석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가 처한 현실에 반해 경영진의 상황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난과 이기적인 경영진의 행태에 대한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