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Cafe)포터블 알파

  • 등록 2006-07-14 오후 12:20:27

    수정 2006-07-14 오후 12:20:27

[이데일리 김대환 칼럼니스트]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모자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보통 ‘베이스볼 캡’이라고 불리는 그런 모자였다. 모자의 한 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박혀 있어다.

“알파>0, 베타=0.” 즉 알파는 0보다 크고 베타는 0이라는 말이다.

알파란 시장대비 초과수익률이고, 베타는 시장수익률과의 민감성을 나타낸다. 알파가 0보다 크다는 건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는 말이고, 베타가 0이라는 말은 시장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알파가 0보다 크고 베타가 0이면 시장상황에 상관없이 항상 초과수익을 올린다는 말이다.

포트폴리오 메니저라면 누구는 꿈꾸는 바를 짧게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미국의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포터블 알파’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용어 자체가 유행세를 탄 건 최근의 추세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포터블 알파라는 말 자체는 한 곳의 알파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음을 뜻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알파가 0보다 크고 베타가 0인 상황을 지칭한다.

소비재산업에 아주 능통한 애널리스트가 있다고 해 보자. 소비재산업 각 기업들의 내부사정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하고, 각 회사의 장단점도 훤히 파악하고 있어서, 어느 회사의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어느 회사의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지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이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주식이 다른 소비재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재산업 전체의 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낮다면, 이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주식의 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런 경우 포트폴리오 메니저들은 “소비재산업 대비 알파는 있지만 시장대비 알파로 이전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말할 것이다. 다시 말해 소비재산업에 비해서는 초과수익이 있지만, 시장전체에 비해서는 초과수익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재산업의 알파, 즉 초과수익을, 시장전체 대비 초과수익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애초에 주식을 고를 때 소비재산업만 들여다봐서는 곤란하다.

각 주식의 시장수익률과의 민감성, 즉 베타도 고려해야 한다. 이 베타를 0이 되도록 해야만 소비재산업의 초과수익을 시장전체 대비 초과수익으로 옮길 수 있는 거다.

포트폴리오 관리에 분업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 건 포터블 알파 때문이다. 소비재산업 담당자, 금융산업 담당자 등 분야별 담당자들이 팀을 이루고, 팀원 각자 자신의 담당분야에서 알파가 0보다 크고 베타가 0인 주식을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된 주식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분업은 분업이되, 각자 자신의 분야만 챙기는 그런 분업은 아니다. 베타가 0인 주식을 찾는다는 것은 시장전체를 보는 눈도 필요함을 뜻한다.

이런 면에서 포트폴리오는 오케스트라와 비슷하다.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면 비올라, 첼로 등 다른 현악기는 물론, 관악기, 타악기 등에 대한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바이올린을 잘 켜도, 다른 악기들과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다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없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도 하나 하나의 주식이 좋은 주식인지만 따져서는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없다. 하나 하나의 주식이 모여 포트폴리오를 이뤘을 때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알파는 0보다 크고 베타는 0’이라는 말이나 포터블 알파라는 말이나 이 같은 생각을 구체한 한 것일 뿐이다.

[김대환 불가리아 아메리칸 대학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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