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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투자 관심가질만
하나은행등 미술품 담보대출 활용도
  • 등록 2004-12-03 오후 12:20:00

    수정 2004-12-03 오후 12:20:00

[edaily 홍정민기자] "50만 나왔습니다. 65만 안계십니까. 65만입니다. 더 안계십니까. 80만요? 80만입니다. 더 없으싶니까? 네, 이 작품은 저쪽 흰색 양복의 신사분께 낙찰됐습니다." 영화를 보면 이런 경매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멋지게 차려입은 남녀가 우아하게 번호판을 들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입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 많이들 하셨을겁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부자들의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그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취약한 시장이 문제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미술품 등 경매가 활발히 이뤄질만한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 웰스매니지먼트센터 고객들은 크리스티 경매에 나올 물건들을 프리뷰한 뒤 홍콩에서 열리는 본 경매에 직접 참여하고 돌아왔습니다. 유명한 경매에 참여해보고, 관심있는 미술품도 입찰하는 흔치 않은 경험이죠. 색다르고 적극적인 대고객 서비스이긴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경매 시장이 취약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경매가 열리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해외까지 원정(?)을 가는거죠. 미술품이나 골동품 경매가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가치산정이 정확히 돼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작품 가치를 정확히 산정할만한 노하우나 역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평가가격에 편차가 심하다고 합니다. 경매회사나 화랑에서 일하는 큐레이터, 딜러들이 있지만 아직 인원이나 전문성에서는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 외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고 합니다. 갤러리가 많이 모여있는 평창동이나 성북동 PB들 가운데서도 미술품, 골동품 등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문가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실정입니다. 도난당한 물건인지 진위 파악조차 상당히 어렵다고 하네요. 한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정확하게 가격 산정을 할 수 없는 이유로 업계 반발(?)을 꼽고 있습니다. 그는 "미술품 판매로 수익이 나면 세금이 부과되는데, 화랑협회에서 세금부과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투자 대상으로서 미술품을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쯤되니 금융권에서 부자고객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아트 뱅킹`은 경매를 통해 사들인 작품에 대한 세재나 보험 조언에 그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은행 PB는 "고객이 경매로 귀중품을 매입할 경우 주로 보험이나 세금에 대한 조언이나 지원을 한다"면서 "경매의 경우 해외에서 낙찰돼 `수입` 형태로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환관리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지원해주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작품가치를 정확히 산정해 탈세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서비스 중 하나라고 합니다. 물론 예술품의 가치를 돈으로 산정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런 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매매하는 경매 시장이 성숙된다면 작품들이 올바른 가치를 평가받게 되고 예술가들에게도 활동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나은행이 5년전 30억원 규모로 기획했던 `아트 펀드`는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조기 종료됐습니다. 국내 미술품 시장 구조가 열악하기 때문에 작품 가격을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매매가 계속될 경우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상황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하나은행은 아직도 경매사업을 성장산업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이 은행은 미술품 담보대출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소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구입할 작품에 대해 대출해주는 방식입니다. 물론 담보비율과 가격이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2개 이상 감정기관의 평균가격을 근거로 가치를 산정하는 등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니, 경험이 축적되면 시장이 확대될 경우 선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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