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 화물사업을 매각할 경우 합병 시너지 효과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연매출 3조원을 넘는 저력을 보였던 화물사업은 올 상반기에만 78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실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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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늦어도 10월 말까지 시정 조치안을 확정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이 제출하는 시정 조치안을 바탕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합병 승인 여부를 검토한다.
EU 집행위는 지난 6월 중간보고서 성격인 심사보고서(SO)를 통해 “승객 및 화물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화물사업 축소, 노선 반납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방안을 시정 조치안에 포함시켰다는 얘기는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대한항공이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포기할지와 이를 EU 집행위가 받아들일지 여부는 좀 더 시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한다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은 지난 코로나19 기간 연 매출 3조원이 넘었을 정도로 그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7416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배경에도 바로 이 화물사업의 호조가 자리했다.
|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적재 모습. (사진=아시아나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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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이 끝난 현재도 올 상반기 매출이 7800억원에 달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1조6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를 리스로 대여하지 않고 직접 소유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2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보잉 B747F 10대와 B767F 1대 등 총 11대의 화물기를 보유 중인데 이중 운용리스는 3대 뿐이다. 운용리스는 계약기간 동안 항공기의 사용료만 지불하는 개념으로 이를 제외한 8대는 직접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국내 대기업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컴퓨터 부품, OLED, 직접회로 등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볍고 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항공편을 통해 주로 운송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항공편을 이용해 해외 수출하는 물량이 많은 기업들은 충분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눈독 들일만 하다.
실제로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부터 화물사업 분리매각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내 몇몇 대기업들이 화물사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다만 채권단 측에서 통매각 방침을 고수하면서 화물사업 분리매각은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