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대만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중국이 연일 한국에 대한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중국 관영지가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 대해 “소위 ‘안보협정’ 달성을 위해 역사를 무시하고 미국·일본과 동맹을 추구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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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T)는 ‘미국을 기쁘게 하기위해 윤 대통령은 역사를 무시하고 일본에 무릎 꿇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처럼 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WP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회복과 관련해 “안보상 시급성으로 더 이상 일본과 협력을 미룰 수 없었다며 100년 전 역사로 인해 일본이 사과하기 위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GT는 윤 대통령의 WP 인터뷰에 대해 “미국과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주장하는 한국 보수 정당의 기조를 말해준다”면서 “윤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을 하면서 미국에 구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GT는 “이는 자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한때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들어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자기편을 슬프게, 적을 기쁘게’(親痛仇快·친통구쾌) 하는 안보안은 한국이나 한반도 전반적인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GT는 제 3자 변제 방식의 강제 동원 배상안을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개선을 통해 지지율을 높이고자 했으나 ‘국가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방적인 굴욕적인 타협’이란 여론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최근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한 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또한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원인이었다고 GT는 부연했다.
GT는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문제 등을 언급한 점도 문제 삼았다. GT는 윤 대통령의 인터뷰를 “도발적인 발언”이라고 평하면서 “맹목적으로 미국을 따른 결과 역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T는 “미국,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한국의 자치권을 완전히 상실시키고, 나아가 한국에 더 많은 불안과 위기를 초래했다”고 했다.
중국이 중국 내 미국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판매를 제재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경쟁 업체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 말 것을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도 GT는 예로 들었다. GT는 “‘미국 제일주의’로 인해 미국은 한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윤 행정부로 인해 한미 간 불평등이 더욱 부각되고, 한미의 ‘지배적 종속’ 구도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샹하오위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WP 인터뷰에 대해 “자신의 보수적인 정치 신념을 바탕으로 맹목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정치인으로서 예민한 감각은 물론 자국의 안보환경, 한반도의 복잡한 역사적 배경, 강대국 간 전략적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