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마스크가 일상…'호캉스', 방역 '사각지대’ 되나

"마스크 착용·거리두기 안내하지만 '일탈' 막을 수 없어"
"휴가지에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수칙 준수해야"
  • 등록 2020-08-02 오후 3:33:39

    수정 2020-08-02 오후 9:31:57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최근 친구들과 강원도의 한 펜션으로 휴가를 간 김모(26)씨는 깜짝 놀랐다. 뉴스에서 본 대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영장에 입장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만 마스크를 쓰자니 민망해진 김씨는 결국 마스크를 벗었다.

강원도에 있는 한 호텔 내부 수영장에서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여름 휴가지서 마스크 없이 무방비 노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여행지를 다니지 않고 사람 접촉을 피하는 ‘호캉스’나 ‘펜캉스’(호텔·펜션 내 바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휴가를 보내는 이용객들의 경계심이 풀어지면서 마스크 착용 등 정부가 권고한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호텔·펜션이 새로운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호텔·펜션 내부에 있는 수영장이나 피트니스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거리 두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수영장 안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물 밖에서는 수영장 내라도 마스크를 해야 한다. 물 안은 소독 성분 때문에 바이러스가 살 환경이 안 돼 감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근교 펜션을 이용한 이모(31)씨는 “물에서는 마스크를 안 쓰더라도 물 밖에서 ‘셀카’를 찍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라며 “물에 들어갔다 나온 뒤에는 얼굴에 물이 묻어 있고 머리카락에서 물이 흘러 마스크를 쓰고 있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열 체크와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이용객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이용객들의 ‘일탈’을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충북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50대 남성 A씨는 “시간과 돈을 내고 휴가 왔는데 ‘마스크 쓰라’고 기분을 망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수영장에 입장할 때만이라도 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하고는 있다”고 밝혔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피트니스 수영장 등 입장 전 이용객들의 열을 체크하고, 거리두기를 하게끔 안내를 한다”며 “호텔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계심 풀어져 ‘비상’…“과하게 방역 수칙 준수해야”

결국 이용객들이 스스로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강원도 홍천에서 캠핑을 한 일가족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이들은 캠핑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야외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며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곳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이번 여름휴가가 그간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중됐던 몸과 마음의 고단함을 재충전하고 휴식하는 시기로 잘 활용돼야 하겠지만, 확산 위험시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해달라”며 “휴가지에선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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