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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공사가 밤낮없이 계속되는 신도시인만큼 언제 대형사고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세종시는 시가 세워진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세종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시경 세종시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장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7명이 유독가스를 마셔 병원으로 호송됐다.
그러나 세종시에는 화상환자는 커녕 응급환자를 치료할 종합병원이 없어 이들은 대부분 대전이나 충남 천안 등 타 지역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37명 중 중상자 3명을 포함해 유독가스를 들이마신 환자 20명은 대전과 충남·충북 등 인근 지역의 9개 병원으로 분산 입원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대전 서구 둔산동의 을지대학병원으로 옮겨졌던 부상자 5명은 유독가스 치료를 위해 대구의 전문치료병원으로 재이송됐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환자는 체내 유독가스를 배출·희석하기 위해 고압산소치료기가 필요하지만 이 장비가 고가여서 이를 갖춘 병원이 많지 않은 탓에 대구까지 이동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인술 충남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유독가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1분만 마셔도 정신을 잃게 하고, 질식에 의한 사망에 이른다”면서 “유독가스 자체의 독성도 위험하지만 뜨거운 열기가 목을 타고 가면서 기도 화상 등도 위험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응급의료체계가 국가·지자체 등이 책임져야할 공공영역임에도 각 의료기관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비상식적인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기존에 있던 응급실을 갖춘 중소병원들마저 문을 닫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종합·합리적 응급의료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