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크기 ''핸디북 돌풍'' 예사롭지 않네(VOD)

이마트에서 처음 나온 후 롯데마트도 뛰어들어
몇몇 출판사들은 교보문고와 제휴 추진
  • 등록 2008-02-12 오전 11:23:43

    수정 2008-02-12 오전 11:23:43

[조선일보 제공] '작은 책'이 출판계 새로운 영역을 만들까? 대형할인점을 터전으로 삼은 어른 손바닥 크기의 핸디 북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핸디 북은 기존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의 판형을 가로 12×세로 17㎝ 정도로 줄이고, 책값을 정가의 60% 수준(5500~7200원)으로 내린 책으로, 지난해 9월 이마트 매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규격으로는 문고판(10.6×14.8㎝)보다 조금 큰 크기다. ㈜임프린트코리아가 판매가의 20%를 인세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어, 조그맣게 새 단장해서 내놓았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스미디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세종서적) '경청'(위즈덤하우스) '신화가 된 여자 오프라 윈프리'(청년정신) 등 독자들에게 친숙한 재테크·자기계발서와 역사·인문·육아 등 지금까지 100종을 출간했다. 이마트 108개 전 매장의 4개월 총 매출액이 40억원에 이른다고 임프린트코리아측은 밝혔다. 이 업체는 올해 200종 이상 책을 펴낼 계획이다.
 
▲ 11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도서 코너를 방문한 고객들이 축소판형 책을 읽고 있다. 출판가에선‘작은 책 돌풍’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와 우려를 품은 채 주시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이형석 임프린트코리아 대표는 "국내에 덜 활성화된 페이퍼백(paperback·양장본과 달리 상대적으로 얇은 종이로 표지를 장정한 싸고 간편한 책)을 우리 실정에 맞는 핸디북으로 출간해, 독자에게 저가로 양서를 공급하고 출판시장 전체 파이를 늘리려 했다"며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책을 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유통업체 예지와 손잡고 판매에 뛰어든 롯데마트도 '기획상품' 돌풍에 반색하고 있다. '나비야 청산가자'(대교베텔스만) '파페포포 안단테'(홍익출판사) 등 모두 33종을 펴내, 기대치의 2배인 월 매출액 6000만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양우석 롯데마트 상품기획자는 실적이 워낙 좋아 처세·소설 장르를 벗어나 요리·아동 서적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몇몇 출판사들은 교보문고와 제휴해 포켓 북 크기로 줄인 책 출간을 추진 중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20여개 출판사들이 '정가의 60% 안팎으로 값을 내린 포켓 북으로 독자의 가격 저항감을 없애 새로운 출판시장을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했고 교보문고와 포켓 북 전용 공간 마련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다"며 "빠르면 3월 중순 책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판가 일부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A 출판사 대표는 "현재 인세를 받고 대형할인점에서 베스트셀러의 축소판 책을 내고는 있지만 매출 규모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B 출판사 주간은 "출판사 입장에선 저가로 인한 출혈이, 독자 입장에선 2중 가격으로 인한 혼선과 불만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할인점이 주도하는 '축소판 트렌드' 때문에 초판을 출간할 때부터 양장본으로 낼지, 페이퍼백 축소판으로 낼지 고민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출판사의 본래 의도 대신 유통업자의 입맛에 맞춰 외관에 신경을 써서 책을 만든다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11일 오후 서울역 롯데마트 도서코너에 핸드북이 진열되어 있다. 많은 고객들이 관심있게 핸디북을 보고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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