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 북은 기존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의 판형을 가로 12×세로 17㎝ 정도로 줄이고, 책값을 정가의 60% 수준(5500~7200원)으로 내린 책으로, 지난해 9월 이마트 매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규격으로는 문고판(10.6×14.8㎝)보다 조금 큰 크기다. ㈜임프린트코리아가 판매가의 20%를 인세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어, 조그맣게 새 단장해서 내놓았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스미디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세종서적) '경청'(위즈덤하우스) '신화가 된 여자 오프라 윈프리'(청년정신) 등 독자들에게 친숙한 재테크·자기계발서와 역사·인문·육아 등 지금까지 100종을 출간했다. 이마트 108개 전 매장의 4개월 총 매출액이 40억원에 이른다고 임프린트코리아측은 밝혔다. 이 업체는 올해 200종 이상 책을 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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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 임프린트코리아 대표는 "국내에 덜 활성화된 페이퍼백(paperback·양장본과 달리 상대적으로 얇은 종이로 표지를 장정한 싸고 간편한 책)을 우리 실정에 맞는 핸디북으로 출간해, 독자에게 저가로 양서를 공급하고 출판시장 전체 파이를 늘리려 했다"며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책을 내겠다"고 말했다.
몇몇 출판사들은 교보문고와 제휴해 포켓 북 크기로 줄인 책 출간을 추진 중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20여개 출판사들이 '정가의 60% 안팎으로 값을 내린 포켓 북으로 독자의 가격 저항감을 없애 새로운 출판시장을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했고 교보문고와 포켓 북 전용 공간 마련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다"며 "빠르면 3월 중순 책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판가 일부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A 출판사 대표는 "현재 인세를 받고 대형할인점에서 베스트셀러의 축소판 책을 내고는 있지만 매출 규모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B 출판사 주간은 "출판사 입장에선 저가로 인한 출혈이, 독자 입장에선 2중 가격으로 인한 혼선과 불만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할인점이 주도하는 '축소판 트렌드' 때문에 초판을 출간할 때부터 양장본으로 낼지, 페이퍼백 축소판으로 낼지 고민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출판사의 본래 의도 대신 유통업자의 입맛에 맞춰 외관에 신경을 써서 책을 만든다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