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박씨는 대형쇼핑몰에 투자하면 높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금융권을 통해 집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아 서울 동대문의 모 테마상가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테마상가는 공급과잉으로 공실이 늘어가고 임대수익은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대출연체에 사업 때문에 받았던 신용대출까지 합치면 박씨는 빚은 집값을 이미 넘어선 상태였다.
결국 올해초 박씨의 집은 금융기관에 의해 경매신청에 들어갔고, 최근 제3자에게 낙찰됐다. 박씨는 잘못된 부동산 투자로 낙찰자가 손에 쥐어준 이사비만 건지고 결국 4년만에 집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자산불리기의 최종 목표가 내집마련이라고 여기는 직장인들이 많다. 2년마다 찾아오는 전세계약 만기 때마다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가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설움많은 셋방살이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안 역시 내집을 갖는 것이다.
◇ 부동산 고수익 투자대상 자리매김..'무리해서 집 사고 버티면 돈 번다'
최근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최근 부동산값 급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꼼꼼히 되짚어 보면 부동산만큼 확실하게 고수익을 올려주는 투자대상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예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혹자는 '주식은 망하면 종이조각에 불과하지만 부동산은 망하더라도 실물 만큼은 남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론 그랬다. 부동산은 최고의 투자대상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면 열중 아홉은 돈을 벌었다.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아파트값 상승률은 어떤 투자대상보다 높았다.
서후석 명지대학 부동산경영과 교수는 "고령화와 조기퇴직 등으로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면서 "주식과 채권은 투자대상으로 부담이 많은데 비해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워 전 국민적인 부동산 재테크 열풍이 몰아쳤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불패 신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 아파트 '10년 주기설' 등에 업고 오름세..재테크 수단 1순위
부동산 중에서 가장 좋은 환금성으로 재테크 수단 1순위로 꼽히는 것은 아파트다. 게다가 '10년 주기설'이 나올 정도로 파동 수준의 오름세도 보여왔다.
아파트값의 급등의 역사는 1970년대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부터 1974년 1년동안 아파트 가격은 철근파동, 유류파동, 물가불안 등이 겹치면서 200%나 올랐다.
올림픽 특수가 있었던 1988년부터 1991년까지 3년동안 아파트값은 다시 300%가 올랐다. 당시 급등하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는 가장이 나올 정도로 부작용도 심각했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공급확대로 집값을 잡는다며 수도권에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 건설에 나섰다.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아파트값은 수도권 5대 신도시의 입주 등 공급확대 영향으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1997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처방 여파로 1998년까지 30%가 하락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정부는 건설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위한 진작책과 초저금리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아파트값은 2001년부터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어 지금 수준에 이르렀다.
그동안 부동산값 급등을 잠재운 것은 대부분 오를 만큼 오른 정점에서 정부가 내놓은 '규제'라는 채찍이었다. 강력한 세무조사, 양도세 중과, 각종 세금의 신설, 신도시건설, 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각종 정부의 투기 억제책이 부동산값 상승의 브레이크로 작용했다.
◇ 정부 투기억제책..부동산투자 불확실성 높아져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향후에도 부동산투자가 과거처럼 고수익이 가능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인한 주택구입 수요 감소도 부동산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정부 규제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부동산이 투자대상으로 인기가 높다. | |
올들어 국내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버블 경고, 통화당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거래 빈곤 속에서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다가 판교분양 발표이후 다시 불안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압력과 정책당국의 강력한 행정규제 등 하락압력 등이 맞붙으면서 서로 힘을 겨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이 높은 가격과 극도의 거래부진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 플레이션적 현상을 거친 후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동산값의 하락압력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세금강화 방침도 과다한 보유 부동산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부동산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늘어난 보유세를 부담해야 하고, 팔려고 해도 시세차익의 대부분을 양도세로 납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이 오를 때에는 세금증가분을 매수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지만 하향 분위기가 강할 때는 그 부담이 매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 부동산 편중투자 리스크 높아져..분산투자 절실하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가계의 총 자산중 주택을 포함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0%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선진국인 미국 등의 가계 금융자산비중은 평균 40%에 미치지 못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편중 투자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말해준다.
서후석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돈 있는 자산보유층이라고 할 수 있는 30대 후반부터 50대까지의 연령층은 대출을 통해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선호현상이 강하다"면서 "부동산값이 정부정책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고수익이 향후에도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자산편중의 부작용을 일컫는 말로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땅 많은 가난뱅이'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을 잔뜩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현금화하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도 IMF 외환위기 시절 금리는 급등하고 집값은 폭락할 때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선덕 건선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선진국의 경우 가계가 최대로 이자를 부담할 수준을 전체 소득의 25% 수준까지 보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40%선으로 매우 과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가계 부동산 대출의 95%가 단기 변동금리 상품으로 매우 취약한 구조"라며 "집값이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으로 하락하고 금리마저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매우 위험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연구소 소장 역시 "우리나라의 가계가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분산투자에 대한 개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 협찬 :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
* 후원 :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
* 도움주신 분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김일선 자산운용협회 이사,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최창환 대우증권 전문위원 (가다나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