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만기자] 성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해외부채가 세계 경제 불균형의 핵심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했다. 미국이 해외빚을 끌어들여 생산에 비해 훨씬 많은 소비를 지속하고 유럽 경제는 내수부진과 저성장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IMF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3.5%에서 내년 3.3%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가운데 미국의 경상적자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7000억달러에 달해 국내총생산의 6%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경상적자 확대와 함께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해 해외자금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카트리나 피해복구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공언한 재정적자 축소는 이미 물건너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행정부 내에서는 향후 10년간 1조4000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영구감세 주장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며,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외국인들이 미국자산 매수를 기피하면서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세계경제의 수요가 집값상승 처럼 계속 유지되기 힘들고,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는 재정적 요인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 대해서는 엄격한 노동법을 완화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복지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노력을 가속화할 것을 촉구했다. 12개 유로 회원국의 올해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0.4%포인트 낮은 1.2%, 내년 성장률은 당초보다 0.5%포인트 하락한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유럽의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세계 소비성장의 엔진으로 남게 됐다며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도 세계 경제 불균형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