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음주사고로 보직해임된 코치…2심 뒤집힌 이유

1심 "선수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보기 어려워"
  • 등록 2025-01-10 오전 9:34:30

    수정 2025-01-10 오전 9:46:15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훈련 기간 음주운전을 해 사고를 낸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의 관리 소홀을 사유로 대한육상연맹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코치가 해임무효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민사 38-3부(부장판사 박성윤·정경근·박순영)은 최근 대표팀 마라톤 코치 출신 정남균 씨가 육상연맹을 상대로 낸 해임무효 확인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 2020년 11월 5일 오전 4시께 정씨가 담당하던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신광식 씨가 강원 춘천시에서 만취한 채 승용차를 몰다 동료선수 A씨가 운전하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들은 합숙 훈련 진행 중으로 무단으로 숙소를 이탈해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사고를 냈다.

연맹은 이 사건 책임을 물어 신씨에 대해 선수자격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 또 최선근 대표팀 총감독과 정씨를 선수단 관리 소홀로 보직 해임했다.

정씨는 해당 징계로 연맹이 주최하는 다른 대회 심판이나 연맹 관련 단체 임원이 될 수 없어 부당하다며 2022년 소송을 냈다. 또 신씨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끝내고 취침하는 시간에 무단으로 이탈해 사고를 냈으니 자기 과실이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정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에 따라 코치 등 지도자는 선수 합숙 생활을 지도해야 할 의무가 있고, 많은 선수가 사고에 연루돼 있어 선수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과정에서 정씨는 해임 징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자신에 대한 징계가 보직 해임에 해당할 뿐 ‘해임’이 아닌데도 연맹이 해임으로 등록해 전임감독 지원 등 취업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2심은 정씨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정씨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직해임은 직위해제와 같이 일시적으로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조치”라며 “종국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해임과는 의미가 명확히 구분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징계결정서에는 ‘국가대표 마라톤 대표 코치 보직해임’으로만 기재돼 있고 ‘해임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처분이 보직해임이 아닌 해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정씨는 2000년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마라톤 유망주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2004년 은퇴 후 코치로 활동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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