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윤증현, '이데일리 퓨쳐스포럼'서 대한민국에 화두 던지다

  • 등록 2017-11-24 오전 9:14:17

    수정 2017-11-24 오전 9:14:17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쳐스 포럼 송년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e뉴스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강원도의 산악이 스위스보다 더 높지만, 케이블카를 놓지 못한다. 제주도 한라산에도 케이블카를 못 놓아 무릎이 좋지 않으면 백록담을 가지 못한다. 케이블카를 놓으려면 13개법을 고쳐야 한다고 한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내년도 대한민국의 화두를 ‘규제 개혁’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 송년회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성장하려면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긴다. 그런데 규제 혁파 없이는 기업이 투자하려고 해도 안 한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다음은 윤 전 장관의 특별강연 전문.

오늘 몇 가지 화두를 던지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대한민국호는 어디를 향해 항해하고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대한민국 정체성은 어떻게 되고 있나. 흔들리고 있지 않나.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모든 정당이 모든 곳에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면서 교과서에 자유라는 말을 붙이는 것에 반발이 있더라. 너무 놀랐다. 모두가 민주주의를 얘기하는데, 여러 민주주의가 있다. 사회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 심지어 북한도 인민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다. 자유의 소중함은 공기와 같다. 자유는 모든 경제활동 바탕이 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쳐스 포럼 송년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자유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걸로 경제와 사회는 발전한다.

시장경제. 경제는 통제경제, 계획경제, 심지어 배급경제도 있다. 대한민국 정체성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바탕에 둔 것이다. 이 화두를 먼저 던진다.

그다음에 평등의 의미에 대해 오해가 있다. 평등 얘기를 많이 하는데, 조건의 평등은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다. 부모를 내가 선택할 수 없지 않으냐. 남자냐 여자냐 선택 못 한다. 조건이 똑같을 수는 없다.

또 결과의 평등이 있다. 이건 정말 빈곤을 일반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서 같은 공동체로 살아가게 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최소한 개입해야 한다. 정부 할 일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끝내야 한다. 진실로 추구해야 할 건 기회의 평등이다. 같이 배울 기회를 보장해주는 평등이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또 미국 얘기를 좀 할까 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2차 대전이 끝나고 해방되고 대한민국이 설립된 이후 만약 해양세력이 아니라 대륙세력과 연계됐다면 우리나라는 이 정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묻고 싶다. 몇년 전 한미 FTA 체결할 때 대한민국 경제가 종속된다고 반대 많이 했다. 지금 어떤가. 오바마 대통령 됐을 때 미국이 손해다, 트럼프도 수정하자 그랬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 미국이 어떤 존재인가. 미국을 막 대해도 되겠는가. 나는 어떨 때는 정말 미국에 미안하다. 반미 캐치프레이즈 들고 미군 물러가라 그러고. 대한민국 국민들 맞나 모르겠다.

중국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말 상식에 벗어난, 우리에게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중국의 무자비한 행태에 대해서 규탄결의안 한 번 낸 적이 있느냐. 여기 계신 분들부터 분노하고 고민해야 한다.

교육이 정말 문제다. 지난 2~3년간 민간 중심으로 교육개혁위원회 만들어서 작업했는데, 이 교육의 중요성은 모든 사회 현상의 근저에 교육이 자리한다. 교육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면한 문제 중 제일 심한 게 교육이다. 개혁의 핵심이 교육이다.

4차 산업 혁명이 던지는 과제 중 제일 중요한 게 교육이다. 창의력과 협동성을 키우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오늘 수능인데, 아직도 주입식이고 암기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가는 교육제도가 프랑스 바칼로레아다. 나는 너무 놀랐다. 고2, 고3이 철학은 기본이다. 사랑은 의무인가. 공대에서는 니코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장단기로 나눠서 서술해보라. 이런 문제가 나온다. 내가 가보니 ‘채점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고 싶으시죠’ 그러더라.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선생은 사고의 틀이 딱 잡혀 있더라. 이 학생이 고등교육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장 큰 건 경쟁을 시키는 거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만나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라. 보수냐 진보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이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어떤 자세로 정책을 해야 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경제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을 바탕으로 정책을 해야 한다. 최근 새 정부의 임금체계는 (문제다). 지난 정부까지 그나마 잘한 게 성과연봉제 만든 거다. 지금 정부 들어 노조 동의를 이유로 성과연봉제를 없앴다. 노조 동의 없는 성과급 추진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직무별 성과급 가져가지 않으면, 생산성 발전 없이 세월만 가면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언제까지 할거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느냐.

최저임금 인상도 그렇다. 기업이 최저임금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도 생각해야 한다. 기존 근로자는 덕을 볼지 모른다. 청년실업을 생각하면 직업을 가지지 못한 대기 실업자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 벌써 빌딩 청소부나 식당 종업원 등 이런 어려운 자리가 없어진다. 아파트 경비원 임금 올렸다. 결국 경비원 자리를 없애서 그때 4만명 없어졌다. 정책을 할 때는 이런 걸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다 잘할 수 없다. 여러분이 내야 한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원전 외에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다. 그런데 산업부 장관이 외국 출장 가더니 원전 수출 마케팅하러 갔다고 하더라.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우리나라가 원전 안 한다는데 그 나라에 수출이 되겠느냐 이거다.

하늘을 나는 우버 택시가 현실화할 거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2015년 다보스에서 4차 산업혁명이 오면 710만개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말이 있었다. 그 당시 공통적으로 나온 대처가 4가지다. 기회일 수도 있고 위협일 수도 있다.

첫째, 이제 자본과 노동력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어서 노동 유연성이 가장 중요해진다. 즉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둘째,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게 교육개혁이다. 셋째, 기초과학기술이다. 운동선수가 잘하려면 기초가 강해야 한다. 넷째, 법적 제도적 인프라가 바뀌어야 한다.

의료산업도 키워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의료규제가 너무 많다. 폐가 나빠서 이식해 살려야 하는데, 장기 이식법에 따라 생체 이식은 폐는 빠져 있다. 이런 법이 어딨느냐.

관광은 우리나라는 산밖에 없는데 케이블카를 못 놓는다. 강원도 산악이 스위스 산악지대보다 높다. 그런데도 케이블카를 못 놓는다. 환경단체 중심로 반대도 심하다. 13개법을 고쳐야 케이블카를 놓는다. 제주도 한라산에도 케이블카 하나 못 놔서 나이 먹은 사람, 무릎 아픈 사람은 백록담에 못 간다.

정말 우리가 규제 혁파 없이는 기업에 투자하려고 해도 안 된다. 기회를 창출해주고 정부가 요청하고 해야 한다. 법적 제도적 인프라는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뀌어야 한다.

성장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성장이 돼야 일자리가 생긴다. 그래야 복지 예산을 늘릴 수 있다. 성장을 늘리려면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 그것도 국내에 말이다. 그런데 요즘 기업은 해외에 투자한다. 국내에 일자리가 안 생긴다.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이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를 높이 평가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끌어야 한다. 결국, 조세부담률을 늘릴 수밖에 없다. 작년 19.4%였다. OECD 평균은 25% 가까이 된다. 6~7%포인트 더 걷어야 한다. 국민소득에서 조세부담률 1% 올리려면 14~15조다. 세금을 더 걷으려면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없는 국방비 부담이 많다. 정부 총지출의 10% 정도다. 이걸 감안해서 국민이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어차피 나섰으니, 매년 한 0.5%씩 조세부담률을 올려야 한다.

세목별로 놓고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놓고 검토 들어가야 한다. 부가세를 손댈 때다. 부가세율은 유럽의 경우 20%대도 있다. 특별부가가치세를 한 번쯤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비과세 감면이 대강 30조원 넘는다. 이걸 줄여야 한다. 그러면서 실효세율을 올려야 한다. 소득세는 국민 개세주의(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맞춰서 조금이라도 국가에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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