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드컴 및 퀄컴 로고. (출처=각사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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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계 4위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1000억달러(약 111조원)가 넘는 가격에 3위 업체 퀄컴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성사 땐 반도체 회사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이같은 M&A 방안을 자문단과 비밀리에 논의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수일 내 주당 70달러 수준의 인수 제안을 할지 말지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브로드컴과 퀄컴 관계자는 인수합병 관련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주가는 ‘빅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요동쳤다. 보도 직후 뉴욕 증시에서 퀄컴 주가는 19% 급등하며 2008년 10월 이후 일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결국 13% 오른 61.81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도 910억달러(약 102조원)로 급등했다. 브로드컴 주가도 5.5% 상승하며 시총 1120억달러(약 125조원)가 됐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3000억달러(약 335조원) 규모 반도체 시장의 합종연횡 속에서도 단연 두드러진다. 싱가포르 반도체기업 아바고 테크놀로지스 CEO이던 그는 2016년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1조원)에 인수하며 당시 기준 반도체업계 역대 최대 딜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후 브로드컴 CEO에 올라 더 많은 딜을 원한다고 공언해 왔다. 브로드컴은 또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과거 본사이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산 호세로 되돌려놓기로 했다. 미 반독점규제 당국을 의식해 ‘브로드컴은 미국 기업’이란 걸 강조한 모양새다.
퀄컴은 브로드컴보다도 매출이 많은 굴지의 반도체 회사이지만 최근 곤경에 빠져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퀄컴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가격을 고수한다고 비난했고 퀄컴은 이에 반발해 애플이 경쟁사 인텔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했다며 맞불 소송을 냈다. 애플은 이에 퀄컴 칩을 쓰지 않기로 했다. 이 여파로 퀄컴 주가는 미 반도체 평균 주가(필라델피아 반도체 인덱스)가 올 들어 41% 오르는 동안 오히려 16% 하락했다. 브로드컴과의 합병이 애플과의 갈등을 빨리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