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 상반기 미국발(發) 투자 확대로 긍정적 영향이 미치겠지만 하반기 금리 인상과 국내기업 실적 둔화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서영호(사진)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에도 국내 증시 박스피 탈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JP모건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서 센터장은 연내 박스피(박스권 내 코스피 등락) 돌파가 기대된다는 다수 증권사들의 전망과 의견을 달리했다. 금리 인상과 상장사 순이익 불확실성이 부정적 요인으로 꼽혀서다. 다만 미국의 재정정책 확대로 반도체 같은 경기 민감 업종들의 주가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증시 상고하저…코스피 상단은 2180선”
서 센터장은 올해 증시가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상반기에는 미국 재정지출에 따른 주식시장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점쳤다. 그는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고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될수록 이머징마켓(신흥국)에 다시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큰 시장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했다.
지난 몇 년간 흐름을 보더라도 상장사 순이익에 대한 연초 전망과 연말 결과간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그는 “사이클이 긴 건설·조선업이나 재벌 그룹들은 연말에 손실이나 부실을 터는 경향이 있고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비용도 연말에 나오기 때문에 연초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며 “아직까지는 상장사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하반기 미국 정부가 과연 금리를 얼마만큼 올릴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미국 국채에서 나타나는 연방준비제도의 연준 금리정책 변화를 잘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압력 지속…경기민감업종 유망
경제 민주화에 따른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은 향후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컴플라이언스를 어기면 나중에는 더 큰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재벌의 오너십도 변화하고 투명화될 것”이라며 “특히 증여세의 현실화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일명 ‘흙수저’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바람에 대해서는 “실제 치열하게 활동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가 활용할 공간은 많지만 외국인 투자등록제도(ID) 등 국내 제도나 규정 등의 여건에서 미국식 행동주의가 활동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까지는 제한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유망업종으로는 미국 재정정책에 따른 경기 회복으로 경기민감업종들의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혁신이 계속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화학 등 시클리컬 업종 수혜가 커질 전망”이라며 “금리 상승에 가장 민감은 것은 은행주로 이익이 가장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주식에 대한 안목은 다들 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외국인들이 사는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삼성전자 설 연휴 전 성과급 지급..지역경제까지 `들썩`
☞이번엔 '반(反) 삼성기류'..이재용 부회장 '뉴 삼성'으로 여론 잠재울까?
☞상장사 절반, 증선위 통해 감사인 지정받는다..삼성전자 등은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