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평택 본사에서 만난 서기만(50·사진) 베셀(177350) 대표이사는 최근 경비행기 개발상황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2017년 양산을 목표로 경비행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설립한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베셀은 LCD(액정표시장치)·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인라인 시스템을 개발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베셀은 2013년 코넥스 시장에 1호로 상장했다. 코넥스 시장에서 약 2년간 내실을 기한 뒤 지난 6월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2년 38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71억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약 15억원에서 75억원으로 5배나 성장했다.
최근 LG디스플레이(034220)가 경기도 파주에 1조8400억원을 투자해 OLED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한 점도 호재다. 여기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베셀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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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고교를 졸업한 뒤 국내 대학에 갔지만 곧바로 입대를 했다. 제대 후 다니던 학교를 관두고 장사를 하다 뒤늦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25세의 나이에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나이가 29세였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 만했다”고 전했다. 이후 취직한 곳에서 무역과 영업 업무를 하면서 영업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회사상장 이후 고생한 직원들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자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서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면서 전 직장에서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뭔가를 이뤄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며 “회사 이름을 베셀(vessel, 대형선박)로 지은 이유도 동료들과 함께 5대양 6대주를 누비겠다는 포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당시의 결심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현장에서 뛰고 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고 저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도 한 달에 3~4회는 해외 출장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서 대표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2006년 주요 거래처였던 국내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 A사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을 계획했다.
하지만 A사와 장비 가격협상을 하던 중 갑자기 A사의 투자계획이 전면 변경되면서 새롭게 구축한 생산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시쳇말로 당시는 ‘멘붕’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베셀같은 중소기업이 25억원의 금융채무를 감당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주저앉아있기만 할 수는 없었던 서 대표는 곧바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당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의 거래실적을 기반으로 중국 쪽으로 장비 납품을 계획했다. 그는 “6~7개월간은 상하이와 선전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영업을 했다”며 “그 결과 티안마라는 디스플레이 업체로부터 40억~50억원 규모의 발주를 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때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과의 인연은 지금의 베셀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베셀 매출의 약 90%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베셀은 이달 중 본사를 평택에서 수원으로 이전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서 대표는 “평택에서는 R&D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교통편의가 제공되면 우수인력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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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면에서 국내 제품과 중국제품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이 구별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LCD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기업의 투자규모나 발전속도는 말 그대로 엄청나다. 한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OLED, 플렉서블 같은 높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베셀만의 경쟁력은.
△처음부터 디스플레이 장비를 시스템화해야겠다고 생각해 제품을 만들었다. 인라인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베셀의 LCD 인라인시스템이 현재는 국제 표준처럼 디스플레이 장비의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매년 1~2개의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평균 매출액 대비 5%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기업에서는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R&D 비용이다.
- 디스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경비행기 사업에 진출했는데.
△회사가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에 나섰고 지인을 통해 경비행기 사업에 대한 얘기를 듣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국산 2인승 경비행기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현재 제품 및 기술개발에 한창이고 2017년 50대, 2018년 10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생각은.
△베셀의 경우 운좋게 중국 시장을 빠르게 개척할 수 있었다. 최근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보면 국내시장만 보고 사업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필수적으로 겨냥해야 한다. 중국 다음에는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 중장기적인 사업 계획은.
△올해 코스닥 시장 이전상장으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내년부터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신사업분야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2020년 15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0년에는 경항공기, 무인항공기(드론) 등을 포함한 2~3개의 신규 사업 아이템 매출이 기존 사업(디스플레이 장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익이 많이 발생하면 주주환원뿐 아니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들을 체계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싶은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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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시스템
LCD·OLED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 거치는 10~20개의 공정설비를 하나의 설비로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운영·생산관리를 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통합 시스템.
<서기만 대표는>
1965년 출생으로 일본 전자대를 졸업하고 동서하이테크, 제우스 영업이사 등을 거쳐 2004년 베셀을 창업했다.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 열린 벤처·창업박람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서 대표는 최근 경비행기 사업 진출과 본사 이전 등을 통해 회사의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