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정치입문 두 달만에 총리된 잉락 친나왓

정치경력 전무 불구 압승
탁신 전 총리 향수 젖은 레드셔츠 지지가 발판
  • 등록 2011-07-04 오전 11:10:22

    수정 2011-07-04 오전 11:13:35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입문 두 달, 그리고 야당후보에 여성이라는 약점까지.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잉락 친나왓 푸어타이당 대표가 화제다.

▲ 잉락 친나왓 푸어타이당 대표
지난 3일(현지시간) 치뤄진 태국 조기 총선에서 잉락이 이끄는 푸어타이당은 500석 중 과반 이상인 264석을 확보해 집권당이 민주당에 압승했다.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신임 총리로 확정된 잉락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치앙마이대학 정치행정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켄터키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것이 그나마 정치와 관련된 이력의 전부.

대학원을 마친 뒤 부동산개발업체인 에스시에셋 경영에 나서는 등 정치권과는 한 발 떨어져 있었다. 스스로도 정치에는 뜻이 없음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정계에 전격입문하게 된 데는 지난 2006년 쿠데타로 몰려난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큰 역할을 했다. 두바이에서 도피 중인 탁신이 자신을 대신할 인물로 막내 여동생인 잉락을 지목한 것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의 대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잉락은 탁신의 향수에 젖어있는 민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잉락은 선거운동을 벌이는 내내 "오빠(탁신)를 좋아한다면 여동생인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직접적으로 호소했다.   탈세혐의 등으로 군부세력에 의해 축출됐지만 극빈층과 서민층, 이른바 레드셔츠들은 여전히 탁신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탁신이 채무자 부채 유예·의료제 도입 등 파격적인 복지정책으로 서민들을 위한 정치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촌 지역인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자란 잉락의 출신 배경과 자신의 고향에 대한 그의 애정과 자부심 역시 농민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지금부터다. 정치적인 능력보다는 오빠의 후광을 얻어 당선된 만큼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이기 때문.

탁신에 대한 향수에 젖어있는 서민층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반(反)탁신 세력인 군부·엘리트층인 옐로셔츠의 반감도 가라앉혀야 한다. 주요 외신은 벌써부터 옐로셔츠의 쿠데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탁신의 `대리인`이나 `복제품`으로 묘사되고 있는 자신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을 찾는 일도 급선무다.   한편 잉락은 이날 총선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선거 전 내세운 공약들을 시행할 것"이라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선거 전까진 외부활동이 거의 없어 사생활이 거의 밝혀진 것이 없는 잉락은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기업가인 아누손 아몬찻과 슬하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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