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정보제공업체 메뉴판닷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 여행객과 유학생이 늘면서 퓨전 음식보다 현지 고유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전문 음식점이 트렌드가 됐다”면서 “따라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동남아 음식점이 성업 중”이라고 외식업계의 새 강자 에스닉 푸드의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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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김은영(36)씨의 외식 다이어리. 타이 레스토랑의 저녁 코스 메뉴, 생맥주와 피시 앤 칩스, 인도 탄두리 치킨…. “최근에 다녀 온 태국여행과 이번 출장을 비교하면 음식만큼은 태국이 영국보다 선진국인 것 같아요. 너무 기름지지 않고 종류도 다양하고. 그래서 굳이 영국의 전통 음식을 찾아 다니기보다 입맛에 맞는 태국이나 인도 음식 위주로 레스토랑을 선택했지요.”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베트남, 파키스탄 등의 다국적 요리, 즉 에스닉 푸드(Ethnic food)로 불리는 제3세계 요리가 각광 받고 있다. 김씨처럼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조차 에스닉 푸드를 찾는 이가 등장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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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레인프로이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 식음료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천연 향신료를 이용한 에스닉 푸드가 건강에 좋은 웰빙 요리로 인식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2년 전부터 인도인 주방장을 고용해 현지인이 직접 선보이는 인도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산물 트렌드와도 찰떡 궁합
에스닉 푸드를 전문으로 하는 아워홈 레스토랑 실크 스파이스의 정정채 지배인은 “제3세계의 민족 고유의 음식이 세계화되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에스닉 푸드를 경험했던 고객들이 에스닉 푸드 열풍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해산물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해산물요리가 많은 에스닉 푸드 열풍이 더 탄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톰얌쿵만 하더라도 새우가 주요 재료다. 톰얌쿵은 프랑스의 부야베스, 중국의 삭스핀과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꼽힌다.
■ 태국 VS 베트남 VS 인도
그랜드 힐튼의 필리핀인 부총주방장 조나단 엔젤레스씨는 “한국에서는 베트남 쌀국수가 유명하지만 쌀국수는 동남아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말했다.
해물, 숙주나물 등 국물에 들어가는 재료는 거의 같다. 태국 요리는 풍부한 해산물과 열대과일을 주재료로 해 독특한 향의 향신료와 양념을 더해 만든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맛을 낸다. 베트남 음식은 쌀을 주재료로, 갖가지 신선한 야채를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에스닉 푸드의 국가별 조리법의 차이는 주요 메뉴만 살펴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요리인 나시고랭은 한국의 볶음밥과 비슷하지만 굴소스 등 인도네시아 특유의 향신료를 사용해 인도네시아 바다의 시원함을 함께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나시(nasi)는 ‘쌀’, 고랭(goreng)은 ‘볶음’이라는 뜻의 인도네시아어로 여러 가지 인도네시아산 해산물과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인도 전역에서 즐기는 대중적인 음식인 탄두리 치킨(Tandoori Chicken)은 인도의 전통 화덕인 ‘탄두르’에서 구워진다고 해서 탄두리 치킨이란 이름이 붙었다.
탄두리 치킨은 굽기 전에 양념이라는 뜻을 가진 ‘마살라’로 양념을 한다. ‘마살라’는 요구르트, 심황, 고추, 올리브오일, 파프리카, 레몬 등의 재료와 여러 가지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로 인도 특유의 매콤한 맛과 향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