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은 왜 거꾸로 금리를 내렸을까[중국은 지금]

인민銀, LPR금리 20개월만에 인하한 이유
①올해초 오히려 긴축…경기 하방 압력 대응
②美 등 서방국 비교해 인플레 우려 적어
③예상보다 경기 안좋아…추가 완화 가능성도
  • 등록 2021-12-26 오후 2:37:20

    수정 2022-09-19 오전 8:53:40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중국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있어 미국 등 서방국처럼 강력한 부양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통화팽창) 우려도 크지 않죠. 소비와 투자 등 그동안 영향을 받았던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의 금리 인하는 필요한 선택이었습니다”

중국인민은행. 사진=AFP
중국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장 출신인 장옌성(燕生) 중국 국제경제교류중심(CCIEE) 수석 연구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인민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해 이처럼 평가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1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20개월 만에 전격 인하했다. 0.05%포인트(p)로 인하 폭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정책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은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여 주목됐다. 중국은 왜 이 시기에 금리를 인하한 것일까.

재정정책 억제돼 경기 부양 필요성 대두

중국이 금리 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장 수석연구원의 말처럼 중국은 올해 들어 특별히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았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2월과 4월 두 번 LPR을 각각 0.1%p, 0.2%p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들면서 인민은행은 오히려 통화 완화 정책 강도를 조정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경기 회복 속 거시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조금씩 축소해왔다. 연초 인민은행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순회수하자 시장에서는 서둘러 통화긴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고 이에 단기금리는 1월 말 3%대로 치솟기도 했다.

이후 중국은 유동성 균형(밸런싱)을 조금씩 조절해왔으나 여전히 강력한 부양책은 없었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보수적으로 잡은 것도 급격한 성장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은 올해 ‘온건한’ 통화정책과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정책 부분에서는 다소 억제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재정부에 따르면 1~10월 중국 지방정부의 신규 채권 발행규모는 목표의 76%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24일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하반기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다”면서 “내수 확대 및 소비촉진 등 주요 생활 프로젝트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도가 남아 있는 지방채 발행을 서둘러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에 비하면 인플레이션 현상이 아직 심각하지 않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10월 1.5%, 11월 2.3%로 높아졌다. 그러나 올해 중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는 ‘3% 안팎’으로 여전히 통제가능한 수준에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최대 싱크탱크이자 정책자문 기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탕둬둬 연구원(주임)은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은 물가 기준을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아닌 CPI에 두고 있어 여전히 인플레는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의 PPI가 11월까지 석 달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인플레 리스크(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만큼 중국도 금리인하 폭을 0.05%p로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소비 활성화·중기 지원…부동산 시장 과열은 견제

무엇보다 이번 중국의 금리 인하는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은 올해 들어 각종 규제를 꺼냈고 중국 경제는 3분기 예상보다 급속하게 하락하며 4%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 베이징 사무소는 “인민은행의 3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추가적인 통화정책완화 시그널을 보냈으나 지난 6일 지급준비율 인하 발표 때는 신중한 모습으로 전환한 데 비추어 이번 LPR 금리 인하는 예상치 못한 조치로 평가된다”며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비 부문 회복이 더디고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장 연구원은 “코로나 영향이 가장 컸던 투자, 소비, 여행, 외식업 등 여러 산업을 지원하고 또한 충격이 컸던 지역에 대한 경기 부양을 시작한 것”이라며 “미국 등 서방국이 금리 인상을 진행하면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중국은 그때 내부 수요가 늘어나게끔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LPR 금리 인하 조치가 금융기관의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등 중소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 이번 1년물 금리만 낮추고 5년물은 동결했다는 점이다. 이는 5년물 LPR의 경우 주택모기지론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것처럼 ‘주택은 거주의 대상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중국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중국은 완전히 완화정책으로 돌아선 것일까. 중국 고위 간부들의 발언을 종합해봤을 때 중국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상황에 따라 지금처럼 소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유명 펀드매니저인 쉬멍(徐萌)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많은 나라가 긴축에 들어가겠지만 중국은 올해 이미 긴축을 했기에 앞으로 완화할 공간이 남아 있다”며 “외부 수요 변화를 지켜보면서 코로나19 상황, 중국 내 부동산 회복 등 상황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무안공항 여객기 잔해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