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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0년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팀은 ‘유전자가위’라는 기술을 이용해 CCR5 유전자 제거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에이즈를 퇴치하려는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불과 10여년만에 빠르게 진화하며 전세계 유전체공학계에서 큰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 기술은 유전정보를 가진 DNA를 인위적으로 자르고 붙이는 편집기능을 가능케 한다. 이를 이용하면 혈우병 등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고 특정 병균에 강한 새로운 동·식물 품종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를 통제하는 이 기술은 이른바 ‘맞춤형 아기’ 등 인간 유전자까지도 마음대로 바꿔 인간을 생산하는 시대를 오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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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도기능을 하는 ‘guide(안내) RNA’와 제거기능을 맡는 ‘Cas 9 단백질’이 한 쌍을 이루는 인공 효소이다. 가이드 RNA는 제거하고 싶은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가 결합한다. 그 뒤 Cas9이 이 염기서열을 자르게 된다. 마치 가위처럼 원하는 유전자만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재생과정 전에 기존과는 다른 ‘원하는’ 유전자를 삽입할 수도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비정상적인 유전자 상태로 인한 질병의 치료에 바로 적용된다.
한번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는 혈우병은 대부분 8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 일부가 뒤집어져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뒤집어진 유전자를 원상복구해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발현되도록 할 수 있다.
아울러 닭과 오리 등에서 이 기술로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경로 유전자를 찾아 제거시키면 병원의 통로가 끊겨 이 전염병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 기술의 상용화는 일반 체세포가 아닌 생식세포 변형에 적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논란이 거세다. 생식세포 유전자를 교정하면 미래 세대에게 계속 전달된다.
지난달 13일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에는 이 분야 연구자들이 “생식세포 교정 연구자체는 허용하되 대리모 착상은 금지하자”고 주장한 기고문이 실렸다. 이어 양대산맥인 ‘사이언스’에는 “이 연구자체를 금지하자”는 연구자들의 주장이 게재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유전질환 치료와 동·식물 종 개량을 목적으로 한 유전자가위 기술이 외모와 지성 등 모든 것을 겸비한 ‘수퍼 인간’의 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김진수 교수는 “이 유전자가위는 제작이 손쉬워 전세계 모든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을 정도이며 이전 기술에 비해 정말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생식세포 교정 논란에 대해선 “과학자와 비영리기관 등이 참여해서 활발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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