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집값 폭등 당시 참여정부는 폭등의 주범으로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증가`를 꼽았다. 참여정부 말기 부동산 정책은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주를 이뤘다.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고 총부채상환비율과 담보인정비율 등을 낮춘 것이 그 예다.
올해도 금리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단기 유동자금이 50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지난 집값 폭등기와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지만 집값은 맥을 못추고 있다.
◇ 상승요인 - 저금리, 세금 및 전매제한 등 규제 완화
한국은행은 작년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25%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넉달 만에 2%까지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작년 10월24일 6.18%에서 이달 10일 기준 2.54%로 떨어졌다.
집값이 폭등했던 2006년 말~2007년 초 CD금리가 4% 후반대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2%포인트 이상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시장 유동성이 증가해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많아져 집값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전매제한 완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등록세 등 세제 완화도 집값 상승의 요인이다. 전매제한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3~5년, 민간택지에서 1~3년으로 대폭 완화됐다. 사실상 입주가 시작되면 전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따라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늘어 거래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도소득세는 올해 취득하는 신축 주택에 한해 수도권 과밀억제지역 내에서는 50%감면, 이외의 지역에서는 면제된다. 종부세 역시 과세기준이 9억원(1주택자에 한함)으로 상향조정되고 인별합산으로 완화됐다. 세금이 줄어든 만큼 기대수익이 늘어났지만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 보합요인-미분양 공급부족 완충..시중 유동성 부동산 유입 희소
작년 한해 동안 분양된 공동주택(아파트, 다세대, 연립)은 총 25만5134가구로 작년 29만6823가구에 비해 14% 감소했다. 올해 1월 주택건설 허가면적도 90만㎡로 20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또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분양 예정물량도 7만4131가구로 작년대비 32% 급감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국 16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여전히 남아 있어 단기 집값 상승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아파트가 공급부족의 완충 역할을 하면서 수급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한 시중 유동성도 당장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지는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시중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액은 5조1325억원으로 3분기 대비 538억원(1.05%) 증가했다. 예금은행의 총 주택담보대출액은 작년 12월 말 239조6883억원으로 집계됐다. 잔액은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금리 하락에 비해서는 집중 정도가 크지 않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가 커 은행들이 담보대출을 피하려는 경향이 많은데다 수요자들마저 대출받기를 꺼려하고 있는 현상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일 기준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이 125조9350억원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최근 시중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보다는 단기 부동화 자금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 하락요인-구매력 급감..기대심리 악화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 경기침체 때문이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증가와 소득감소로 유효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경제침체→구조조정→실업 등 소득감소→소비수준 하락`의 악순화 구조가 계속되면서 일반인들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이런 현상은 고스란히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또 `3월 위기설`로 대표되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황금공인관계자는 "연초만해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어 거래가 살아나는 듯 보였다"며 "하지만 거시경제지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조차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넣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거시경제지표는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활기를 띨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