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최한나기자] `돈 잘 벌면서 투명한 기업`
칸서스자산운용의 목표는 두가지로 압축된다. 김영재 회장(57)의 철학이 담긴 이정표다.
IMF 구제금융 시절 알토란 같은 우리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매각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봤던 그이기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고 사모펀드(PEF) 조성에 나선 지금, 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투명·신뢰·정도경영. 여기에는 금감위 대변인 시절 노하우가 배어있다.
"금감위 재직 시절,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5000년 동안 없었고 5000년 이후에도 없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필요한 리더십과 대국민 홍보중에 리더십이 대통령의 몫이라면 대국민 홍보는 당신(당시 금감위 대변인 김회장)에게 달려있다`"
당시 금감위에 상주하는 기자만도 70여명. 기업구조조정의 전 과정이 김 회장의 입을 통해 중개되던 때였다. 기사 마감 시간 전후 기자들을 상대하면서 `일관성있는 대응`의 중요성을 배웠다. 어떤 경우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항상 불편부당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던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 시절 제가 맡았던 일들을 자신있게 꺼내놓을 수 있는 것은 모든 일을 원칙에 따라 처리해왔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말과 행동만 해왔다는 얘기지요. 자산운용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를 밑고 자금을 맡긴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그 것은 실패로 직결되는 일입니다."
투자자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수익성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투명 경영이 나쁜 성적표를 덮어주지는 못할 터, 그가 "내 인생의 결산서를 여기서 받겠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다.
"그동안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단기 매매에만 매달려 왔습니다. 시장이 성숙하지 못하고 인력이 충분하지 못했던 탓이 큽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IMF시절 이후 축적된 경험과 인력이 간접투자시장의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100억원 이상 주식펀드 327개를 분석해보면 수익률이 연 17% 정도 됩니다. 상위 주식펀드 10개를 보면 3년 수익이 100%이상 나고 있습니다. 장기 대형 펀드를 키우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금융(053000)지주와
대우건설(047040)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그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잠재된 가치가 크다는 얘기다.
특히 워크아웃을 거치며 내실있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대우건설의 경우 단기적인 매매차익보다 지속적인 성장을 우선해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각가격을 올리려 애쓰기보다 기업 가치를 높이고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수 있는 주체를 찾아야 한다는 것.
또 토목, 플랜트 등 특화 분야가 아닌 종합 건설을 통해 재기하기 쉽지 않음에도 단기간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임직원들의 노고가 매각 과정에서 충분히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정부에서 블럭세일이나 미국예탁증권(ADR) 발행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매각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지분의 50% 이상을 인수한다면 최소 5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특히 "하나의 컨소시엄만으로는 어렵고 여러 컨소시엄이 연합, 자금력을 동원해야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칸서스 자금운용이 빠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해 사업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매물은 놓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국내 경영진에 의해 인수되도록 해 국민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다. 그가 다른 어떤 일보다도 검증된 인력 확보를 우선하는 이유다. 템플턴운용의 토대를 만든 이정철 전무를 영입한 것을 비롯해 욕심나는 사람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직접 나섰다. 이전 연봉의 절반만 받는 조건에도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정작 그 자신은 자리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다고 했다.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사장 자리를 비워둔 것은 어느 정도 회사의 토대가 다져졌을 때 적임자를 찾아 앉히기 위함입니다. 당초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내년 말쯤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오는 27일 공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김 회장에게 이날은 다시 태어나는 `제2의 생일`이나 다름없다.
"성과를 가지고 말하겠습니다. 이 시장은 반드시 됩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군인공제회가 40%의 지분을 보유, 1대 주주로 있고 한일시멘트 29%, 하나증권 15%, 보성건설 11%, 한국저축은행 5% 등의 주주로 구성돼 있다.
◇김영재 회장 경력
▲47년생 ▲광주 제일고, 성균관대 행정학 전공 ▲중앙대 대학원(경영학) 졸 ▲미 미시간대 VIP프로그램 수료 ▲한국투자공사 ▲증권감독원 기업공시부, 정보분석실 ▲금융감독위원회 검사국, 지도평가국, 홍보실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현 칸서스자산운용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