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최근 금값이 6년래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급등하고 있는 이면에는 헤지펀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24일 세계 증시 침체가 지속되자 헤지펀드들이 주식으로 대표되는 유가증권에서 금, 백금 등 금속이나 코코아, 콩, 옥수수, 등 곡물류 등 상품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관련 상품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금값은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온스당 367달러를 장중 돌파하는 등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백금 현물가격도 23일 런던에서 온스당 650달러를 기록하며 지나 1986년 9월이래 최고치까지 올랐다. 니켈도 이날 톤당 8745달러를 기록, 200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 1년간 가격상승률은 30%에 달한다.
금속뿐 아니라 코코아나 콩, 밀, 옥수수 등 곡물가격도 지난해 초 이후 13~60% 올랐다. 이로 인해 세계 상품가격의 벤치마크 지수인 CRB지수는 2001년 말부터 30% 이상 상승했다.
국제 상품가격의 상승은 주식 등 유가증권 시장의 불안과 함께 이라크 전쟁 위기감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등이 불을 댕겼지만 헤지펀드 등 투기성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효과가 배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량을 늘리는 등 디플레이션 방지에 나서면서 시중 자금의 쏠림현상이 발생한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런던 소재 오데이애셋매니지먼트의 펀드매니저 휴 헨드리는 "중앙은행이 경제성장을 위해 돈을 찍어내게 되면 풍부해진 시중자금은 항상 가격이 가장 빨리 오르는 자산으로 가게 된다"며 "90년대에 그 대상이 나스닥이었다면 지금은 금이나 곡물 등 상품"이라고 말했다.
UBS워버그의 귀금속 애널리스트인 존 리드는 헤지펀드들이 최근 지속적으로 금속을 매수하면서 가격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NYMEX에서 금선물 계약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리드는"오랫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대규모 자금이 금과 백금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 상승의 주역이 헤지펀드라는 의심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금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음에도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드골드카운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금수요는 12% 가량 줄었다.
존 리드는 현재 금값중 30~50달러는 전쟁 프리미엄으로 보고 있다. 전쟁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기피현상이 금에 대한 가수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백금의 경우에도 수급만으로 최근의 가격급등을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도 상품선물이나 현물가격이 오르는 이유라고 리드는 지적했다. 대부분 달러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투자자들은 금값이나 곡물가격이 오른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