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앙등으로 수익성 있는 매물확보가 어려워진 가운데 정부의 잇단 안정책 발표로 리츠 상품에 대한 일반 투자가들의 관심 또한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반 리츠상품에 대한 세제지원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도 당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리츠시장 침체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세제지원 확대를 주내용으로 하는 리츠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마련했으나 부처간 이견으로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업계는 세제혜택이 확대되지 않을 경우 리츠사 설립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사설펀드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방향을 선회하고 있어 리츠시장은 한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된 리츠 상품 2개 불과..주가도 비실비실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제도이다. 투자대상은 오피스텔, 병원, 학원, 호텔에서 장묘시설까지 다양하다. 주식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장점을 갖췄으며 투자재원은 공모를 통해 이뤄진다. 리츠는 이같은 장점으로 출범초기 높은 기대를 모았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수적으로 봐도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는 2개에 불과하다. "교보-메리츠 퍼스트기업 CR리츠"와 "코크렙 제1호 CR리츠" 뿐이다. 공모당시 청약경쟁률도 각각 1.04대 1, 1.62대 1에 불과했다.
주가도 제자리 걸음이다. 코크렙1호는 지난 5월 말 거래소시장에 상장된 첫날 주가가 5230원이었으나 5일 현재 주가는 5080원으로 떨어졌다. 교보메리츠도 지난 1월 거래소시장에 상장하던 첫날 주가인 5030원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한국토지신탁과 GE캐피탈 등이 참여한 K1 CR리츠가 지난달 정부로부터 예비인가를 받고 2년후 상장할 계획을 밝히는 등 리츠참여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리츠시장은 여전히 기대에 못미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투자자들, 리츠에 대한 이해 부족도 한몫
부동산닷컴의 구형우 팀장은 "부동산을 간접투자보다는 소유대상으로 바라보는 일반 투자가들의 인식이 리츠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대중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 시장의 활황도 리츠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파트 거래를 통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구태여 리츠상품을 매개로 한 간접투자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화리츠 이주호 팀장은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이 큰 폭으로 오를 땐 부동산시장에서 얻는 수익자체보다 리츠에서 얻는 수익이 작다"며 "최근 부동산 앙등이 리츠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 증권시장의 활황도 부진에 한몫을 했다. 주식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데 구태여 리츠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수익성 있는 매물확보에 어려워
아울러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해낼 부동산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우선 투자대상이 되는 건물 자체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다 임대수입이 높은 매물은 이미 외국인 등 투자자에게 넘어간 경우가 많다.
리츠상품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간 8~10%선을 배당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 정도를 배당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운용을 통해 적어도 10%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수익성을 갖춘 투자대상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감정평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11층 이상 오피스빌딩의 투자수익률은 연 7.39%. 종로 중구 등 도심은 8.76%, 강남지역은 6.43%정도이다. 국내 빌딩의 임대수익률은 아직 10%선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리츠의 승패를 좌우할 열쇠가 수익률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는 치명적이다.
◇업계,"리츠법 개정 통해 세제혜택 늘려야"
국내 리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 리츠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R리츠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을 전액 감면해주고 있지만 일반리츠는 취득세와 등록세만을 50% 면제해 주고 있다. CR리츠는 투자대상이 기업 소유 부동산으로 제한돼 있는 반면 일반 리츠는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다.
세제혜택의 폭을 달리하는 것은 기업들이 금융부채 상환을 위해 매각하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일반리츠의 수익성 담보를 어렵게 만들어 리츠시장 전체의 침체를 불러오는 데 한몫을 했다.
따라서 리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리츠"에 대한 세제 감면의 혜택을 넓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화리츠 이주호 팀장은 "일반리츠에 세제 감면혜택의 폭을 넓힐 경우 리츠업체들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리츠설립을 이끌어 내고 투자가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부동산닷컴의 구형우 팀장도 "리츠선진국인 미국에서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수십년이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리츠시장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첩첩산중,,시장 과열이 복병
당초 정부는 세제혜택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전향적이었다. 주무부선인 건교부는 법인세 감면과 외부차입 기준 및 설립요건 완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리츠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마련해 올 가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서 리츠활성화가 부동산 과열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재경부 등 관련부처의 반대로 법안을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리츠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리츠사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여러 부동산업체들이 리츠사 설립대신 사설펀드 형식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서는 등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설펀드가 난립할 경우 상품 운용과정에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