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외국인, 현대차 경영진개편내용 "먼저 알았다"

  • 등록 2001-07-25 오전 11:29:26

    수정 2001-07-25 오전 11:29:26

[edaily] 외국인 투자자의 현대차(05380) 주식 집중매도와 현대차 경영진개편 작업은 관련이 없을까. 최근 한주동안 현대차 주식을 집중 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과 현대차 경영진개편 작업과정이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외국인들의 현대차 매매패턴=정확히 일주일 전인 지난 18일 2만6400원이었던 현대차 주식은 그 다음날부터 하락세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19일, 20일, 23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현대차 주식은 24일에도 오전까지 하락세를 면치못했다. 하지만 경영진개편 소식이 알려진 오후 1시께부터 현대차 주식은 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4일만에 결국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24일종가는 전일에 비해 400원 상승한 2만1700원이었다. 그리고 오늘(25일)에도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현대차주식은 4700원, 18%가 빠졌다. 일주일동안 현대차 주식 매도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18일 56.34%(1억2300만주)에 달했던 외국인 지분율은 24일 54.32%(1억2000만주)로 2.02%(300만주)가 줄어들었다. 당시에는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 이유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외국계 증권사중에는 "현대차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투자의견을 내놓은데도 거의 없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투자패턴 변화에 대해 차익매물 실현, 통신주로의 말갈아타기 등 분분한 해석을 내놓았지만 어느 것하나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동안 열심히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갑자기 현대차에 등을 돌린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25일부터 외국인들은 다시 현대차 주식을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지난 24일자로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자에 대해 오랜만에 "매수" 추천이라는 투자의견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전통산업주를 계속 보유하라"며 추천종목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꼽았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경영진 개편이 일어나기 일주일부터 현대차 주식을 팔았고 개편 내용이 발표되자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알았을까=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알아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같은 추측에 대해 단초가 될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번에 교체되는 사람들이 모두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계안 사장, 노정익 부사장, 김원갑 전무 등 종합기획실 출신들의 전공은 기획, 재무쪽이다. 그리고 실제 자동차와 캐피탈내에서도 이같은 일을 맡아왔다. 증시 전문가는 "외국인 기관투자가가 최근 이들과 접촉하면서 현대차의 경영진 갈등 움직임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같은 경영진 갈등이 예전에도 자주 있었는데 이번의 경우 경영진 개편으로 이어지는 상황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견했다는 점이다. 외국 기관 투자가들은 종전 현대차 경영진과의 접촉등을 통해서 이들 경영진의 입김이 차츰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고 지난주부터 개편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1만5000~1만8000원에 현대차 주식을 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 시점을 차익 실현의 호기로 잡았다는 추측이다. ◇주가 반등은 새경영진에 대한 신뢰일까=경영갈등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 현대차는 오늘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 역시 외국인 창구에서의 순매수 확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경영갈등이후에 구성된 현 경영진에 대해 신뢰를 보이는 것일까. 한 증시 전문가는 "총괄사장에 오른 김동진 사장이 그동안 현대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간 상용차 엔진공장 합작을 성사시키는 등 전략적 제휴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이런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없지 않다. 이번 경영진 개편은 과오가 없는 전문경영인을 단 한순간에 낙마시키고 "가신"을 억지로 끄집어 올리는 "황제적 경영"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결코 호의적인 평가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외국인들이 다시 순매수에 나서는 것은 새경영진에 대한 신뢰라기 보다는 현대차 주가가 하락할만큼 하락했다는 판단에 따라 저점 매수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황제적 경영"이라는 불투명한 경영스타일은 차츰 현대차에 대한 리스크로 반영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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