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지난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존 주력 수입원인 발행어음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탁 등 수신 업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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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CMA 수탁고는 1136억원으로 출범 전 마지막 분기인 지난 2분기 말 1072억원에서 6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존 증권사의 CMA와는 달리 은행 예·적금처럼 예금자 보호 상품이라는 메리트 덕분에 자금을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당초 기대보다 자금 유입 폭이 크지 않은 모양새다. 이날 기준 우리투자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는 2.9~3.1%로 은행 예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투자증권 자금조달 비중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매력 역시 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낮아지는 추세다. 3분기 말 기준 발행어음 평균잔액은 4조 2630억원으로 직전분기 말 4조 1619억원 대비 2.4%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권사가 어음 발행 권한을 얻으려면 4조원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하지만 우리투자증권은 합병 후 10년간 종합금융업무 등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금감원 검사가 있었던 만큼 불확실성이 잔존해있다.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등을 들여다보는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내달 중 발표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의 사업 구조 자체가 발행어음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신 기반의 영업 이점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당장 사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 11월 금감원 검사가 모두 끝났고 종합금융 업무에 대한 검사를 받은 지 7년 정도 돼서 종금 업무에 대해서만 들여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주사인 우리금융이 당국의 정기검사와 검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투자은행(IB) 사업에 필요한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여전히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투자매매업 라이선스 없이는 기업금융(IB)이나 기업공개(IPO) 같은 업무도 할 수 없다. 여기에 아직 한국거래소 회원사로도 등록되지 않아 주식 위탁 매매 업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트레이딩시스템(HTS)은 물론 당초 연내 출시 예정이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역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통상 증권사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기존 강점으로 꼽혔던 여수신 부문 관련 환경도 악화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별도 기준 영업손익은 직전분기 104억 9500만원 손실을 기록한 뒤 3분기에도 33억 1000만원 손실로 적자를 지속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을 반영한 결과긴 하지만 당분간 수익성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투자증권은 “실적 충당금 제외하면 본원적 수익창출력(순영업수익)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증권업 재진출이 아직 ‘반쪽짜리’에 그친 모습”이라면서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오는 1월 우리금융지주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우리투자증권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8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이 합병하며 탄생했다. 우리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넘긴 뒤 10년 만에 증권업에 진출, 10년 내 자기자본 5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같은 청사진에 빨간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