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노동조합 전임자의 유급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와 관련해 노동계뿐 아니라 사용자 단체에서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조 전임자의 유급 시간을 법으로 규율할 게 아니라 노사가 자율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 10월22일 공무원 근무시간면제 심의위원회 11차 전원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논의 중인 타임오프 한도 범위에 대해 비판하며 관련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최근 2024년 산별협약을 체결하며 정부에 타임오프 제도 개선을 노사 공동으로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2024년 중앙교섭 부속 합의’에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노사 자율의 원칙과 관행을 감안한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개선을 공동으로 요구한다”고 적었다.
타임오프는 노사가 공동으로 인정한 노조 전임활동을 유급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유급 노조활동 가능 시간(타임오프 한도)이 조합원 규모에 비례해 정해지는데, 한도를 초과한 유급활동을 하거나 노조 전임자를 두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금속 노사의 이번 합의가 주목되는 것은 국내 최대 산업의 사용자 측이 노동계 요구에 힘을 보탠 점에서다. 노사 합의문에 적시된 ‘노사 자율의 원칙’, ‘관행을 감안한’이란 문구는 그간 노동계가 강조해온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워 벌이는 타임오프 기획근로감독을 두고도 노동계는 ‘노조 옥죄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산업 사용자 측이 타임오프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경직적인 제도가 경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용자 필요에 의해 노사 간 합의를 거쳐 전임자를 승인하는데, 법으로 규정된 탓에 사업장 환경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산업안전 부문을 중심으로 노사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에서 타임오프 한도는 오히려 (합리적인 경영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타임오프 기획근로감독을 두고는 “오히려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위원회도 2021년 한국의 타임오프 제도를 두고 “노사 자율적 결정과 자율규제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금속 노사는 타임오프 제도 개선 요구 외에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도 합의했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확대하는 것이 노사 공동의 책무임을 인식 △기후위기·기술발전에 따른 산업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 △탈탄소·기술혁신 과정에서 필요한 직무를 발굴해 고용을 확대하되 양질의 청년·고령·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 △양질의 국내 일자리 확충을 촉진하는 방향의 산업정책·노동시장정책·노사관계정책 대정부 요구를 마련해 연내 정부에 제출 등의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