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판판판’… 동북공정에 고춧가루 뿌리다

동북아 영토문제를 한·중·일 음식점 다툼에 빗대
뮤지컬‘명성황후’는 원폭투하 장면 등 수정
  • 등록 2007-02-06 오전 10:45:00

    수정 2007-02-06 오전 10:45:00

[한국일보 제공] “세상 음식의 중심은 이 쭝식이다! 주변 식당들 모두 내가 만든 음식에 영향 받은 거,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니까 그 음식점들 모두 이 쭝식이 것 돼야 하는 거, 당연하다 이거(<판판판> 중에서).” 중국집 주인 쭝식이의 기세가 등등하다. 모두 내 거 라는 것이다.



동북공정,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최근 부쩍 불거진 동북아 영토 문제가 뮤지컬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극단 빛누리가 새 뮤지컬 <판판판>으로 날카롭게 각을 세운다면, 에이콤의 대표작 <명성황후>는 수위 조절에 나섰다. 현실에 각각 어느 정도 발언을 하게 될까.

<판판판>의 무대는 풍자와 해학의 힘으로 굴러간다. 한ㆍ중ㆍ일 등 아시아 각국의 음식점이 모여 있는 ‘아샨 먹거리촌’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먹길 축제판에서 일식집 주인은 한식집에 몰래 들어가 비밀을 캐내고, 중식집 주인은 다른 나라 음식점의 등기부를 조작하려 한다. 한바탕 소동 뒤, 한판 축제로 마무리 지워진다. 허비치 작, 홍민우 연출, 최낙희 현철호 등 출연.

비보이의 춤, 택견을 응용한 몸놀림, 경극 등 동양의 무대 언어가 동서양 어법을 합친 배경 음악에 얹혀 나온다. 극단 대표 홍민우씨는 “머잖아 시효가 끝나는 간도 문제를 한국인들에게 재인식시켜야 한다”며 “딱딱한 주제가 어떻게 신나는 뮤지컬 마당으로 승화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그는 지난해 10월 15일 광복회 회원, 관련 학자 등을 초청해 동북아 영토 분쟁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갖기도 했다.

이 무대 개막과 때를 맞춰, ‘세계 국학원 청년단 사이버 의병’(대표 강효경ㆍ국제 평화 대학원1)은 이 뮤지컬이 제기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2003년 ‘고구려 지킴이’로 출발, ‘한민족 정체성 찾기 및 동북공정 저지 서명 운동’ 등을 벌인 이 단체는 전현직 주요 공무원과 지자체장 등을 초청하는 한편, 역사 왜곡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 작업을 위한 부스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24일~4월 8일 서울퍼포밍아트홀. 화~금 오후 8시, 토ㆍ일 3시 7시. (02)704-6755

외세에 유린당해 가는 대한제국을 그린 뮤지컬 <명성황후>는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새 무대를 선보인다. 1995년 초연 이래 한일 관계의 역사적 진실을 꾸준히 알려 온 이 무대는 더욱 사실적이고 생생한 공연에 접근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2막 도입부에서 전체 무대가 다 올라가는 대목은 3년 전 공연 당시는 기계 고장으로 중단됐으나, 이번에 극장을 옮기면서 완전히 보여준다는 각오다. 제작진이 특히 자신하는 것은 이번 무대가 이뤄낼 시각적 성취다. 특히 여우사냥(민비의 시해 대목) 대목의 스펙터클은 세계 어디 내 놔도 손색 없는 볼거리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 45명의 배우가 두 개의 상승 무대(더블 리프트)에 올라가 연출하는 아수라장 대목은 부상의 우려마저 따른다.

최근의 동북아 정세와 관련, 이 뮤지컬은 보다 신중한 자세다. 에이콤 대표 윤호진 씨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장면이나 중국을 병약한 나라로 묘사하는 대목 등 당사국에 예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목은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열 작, 윤호진 연출, 이태원 윤영석 등 출연. 17일~3월 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ㆍ목ㆍ금 오후 7시 30분, 수ㆍ토 3시 7시 30분, 일 2시 6시. 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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