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린스펀의 금리인하 조치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데 굳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 "보험"까지 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그린스펀은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경제가 균형상태를 벗어날 위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제자체만으로는 금리인하가 꼭 필요한 조치가 아니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USA투데이는 13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색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리인하의 진짜 이유는 주가를 끌어오리기 위한 그린스펀의 노림수로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3년에 가까운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위험기피현상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주식에 비해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국채와 부동산시장은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대로 주식은 물론, 투자등급 회사채나 투기등급 회사채시장은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린스펀이 금리를 내린 진짜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리를 내리면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의 수익률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초단기금융상품으로 현금이나 다름없는 MMF의 경우 FRB의 금리인하 이후 연간 수익률이 1%미만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고 실제로 많은 펀드들이 0.5%미만의 수익을 내고 있다.
결국 낮은 수익률에 지친 투자자들은 "그래. 조금 위험하더라도 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주식)으로 가보자"라는 심리적 자극을 받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투자회사인 ITG/호에닉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바버라는 "현금을 보유할 경우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현재 FRB의 단기금리는 1.25% 이고 인플레이션율은 대략 2% 정도. 현금(또는 MMF)에서 창출되는 수익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결국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바버라는 또 "투자자들이 최근 몇 달 동안 현금보다는 수익률이 나은 국채에 몰리면서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4%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자금이 이동할 다음 장소는 주식시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은 13일 금리인하를 결정할 때 주식시장을 염두에 두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소비추세의 둔화를 지적하며 그 이유로 이라크와의 전쟁과 함께 주식시장의 침체를 꼽았다. 또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우려도 했다. 금리를 크게 내림으로써 기업들의 투자수요를 자극하고 한편으로는 투자자금을 증시로 몰아 주가를 끌어올려 소비를 되살리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증시부양을 기대하고 있다는 가정을 사실로 인정하더라도 성공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MMF의 경우 그나마 1.6%에 조금 못 미치는 수익이라도 냈지만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지수는 16.3% 하락했다.
MMF의 동향을 조사하는 아이머니넷의 편집자 피터 크레인은 이번주 MMF수익률이 평균 1.1%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나 그만큼의 수익을 내 주는 다른 투자대안도 마땅치 않다며 증시로의 자금유입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는 MMF의 수익률 하락이 증시에 해가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MMF에 투자해서 거의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할 자금이 없다는 것. 있다 하더라도 아직은 주식에 투자를 바라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크레인은 "지난해 초 6%에 육박했던 MMF 수익률이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투자자들은 연간 1000억달러 가량의 이자수입을 손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MMF 자산이 1300억달러 가량 줄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는데는 실패했다"며 "이탈자금이 채권펀드나 은행예금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