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흑색종, 자경부암 등 암 치료에 면역치료 효과적"

이성종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국내 면역치료의 선두주자
흑색종을 비롯한 폐암.신장암 등 치료 대상도 확대에 이어 자궁경부암 치료에 도입
활성화된 T세포는 우리 몸의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고 자궁경부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
  • 등록 2020-06-14 오후 2:26:25

    수정 2020-06-14 오후 9:37:33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이성종 교수는 부인암 치료에 있어 대가로 그가 시행하는 ‘면역 치료법’ 최근 주목받고 있다. 면역치료가 최근 암치료 분야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기존 항암 치료의 독성과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치료나 재발률을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흑색종을 시작으로 폐암 · 신장암 등 치료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면역치료가 이제 자궁경부암 치료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이성종 교수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이성종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최근 부인암 치료에 있어 각광 받고 있는 ‘면역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중 위험도가 높은 HPV 종류는 16번, 18번이 가장 유명하다. HPV E6, E7 유전자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종양유전자다. 종양유전자에 의해 발생한 종양단백질은 인체에서 종양억제단백질의 기능을 마비시켜 종양이 발생하도록 유도를 한다. HPV E6는 p53 종양억제단백질을, HPV E7은 Rb 종양억제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한다. HPV 16, 18번의 경우 종양억제 단백질을 억제하는 기능이 다른 번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발생빈도 감소는 자궁경부세포 검사의 도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최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접종 증가와 무료접종(12~13세 대상) 등도 향후 자궁경부암 발생 감소에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궁경부세포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 전암단계(암 직전단계)에서는 원추절제술로 자궁경부 변형대를 제거하므로 병변을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 초기 경우 대부분 근치적 자궁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하며, 수술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동시항암화학방사선 요법 등의 치료가 가능하다.

자궁경부암에서도 면역 치료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직접 암세포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 체내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면역항암제’와 ‘면역치료백신’이다. 면역치료백신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으로 불리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백신을 주입해 T세포가 종양의 항원(E6·E7)을 선택적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면역 치료의 장점은 면역 세포인 T세포가 자궁경부암의 항원을 인식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항암 화학요법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면역치료에서 기본 전제는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가는 것인데, 암세포의 면역원성(免疫原性·면역 응답을 자극하는 항원의 강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즉 T세포가 암세포를 잘 인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부인암 중 자궁경부암도 면역원성이 가장 강한 암인 흑색종 만큼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면역원성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다른 암은 종양 항원이 다양해서 어떤 것을 타겟으로 할지 결정하기 어렵지만, 자궁경부암은 2개(E6·E7)로 정해져 있다. 열어야 할 열쇄의 종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자궁경부암 조직에서 PD-L1 면역 염색을 시행해 종양면역치료법 가능성을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궁경부조직에 PD-L1 발현도가 증가하는 경우에 종양면역치료에 반응률이 높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T 세포는 자궁경부암 조직에 접근을 하게 되면 암조직에서 분비되는 물질(싸이토카인) 또는 세포표면마커의해 T세포의 활성도가 감소해 결국은 T 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할 수 없게 된다. 종양면역치료법은 큰 부작용 없이 T 세포가 자궁경부암 항원을 인식하여 자궁경부암 조직에서 효과적으로 자궁경부암 세포를 제거할 수 있게 만드는 매우 획기적인 치료법이다.

활성화된 T세포는 우리 몸의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고 자궁경부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의 최소화, 치료효과의 최대화를 실현하는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앞으로도 종양면역치료법으로 치료 반응이 좋을 환자들을 잘 선별하는 진단 방법 등이 더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종 교수는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을 이용한 면역치료법을 연구했다. 자궁경부암 항원을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T 세포 및 수지상세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과를 세계적으로 저명한 ‘백신’ 저널에 논문 발표했다.

이 교수는 “자궁경부암 환자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개인별 질병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의 다학제 의료진은 이미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부인암에 있어 우수한 치료 성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좋은 결과는 수술,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 종양면역치료법 등의 효과일 것”이라며 “HPV 감염을 소실시킬 수 있는 건강한 면역 체계 유지, 정기적 운동, 건강한 식생활 등의 일차적인 예방과 함께 자궁경부세포 검사를 통한 조기 검진 등의 홍보가 자궁경부암의 발생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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