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트립 in 조정화 기자] 동구릉은 조선의 수도 한양의 궁궐을 기준으로 동쪽 방향에 있는 9기의 왕릉을 일컫는다. 북한의 제릉과 후릉을 제외한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9기가 모여 있는 곳이 동구릉이다. 9기 왕릉은 각각 건원릉, 현릉은 15세기, 목릉은 16세기, 휘릉, 숭릉은 17세기, 혜릉, 원릉은 18세기, 수릉, 경릉은 19세기에 조성되었다. 조선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왕조 500년의 역사를 품은 장엄함에 몸과 마음이 저절로 겸손해지는 곳, 세계유산 조선왕릉의 시작점인 동구릉 산책을 권한다.
동구릉은 모두 18개 지역에 분포된 40기의 조선왕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왕릉 군이다. 그 위상에 걸맞게 조선왕릉 전체를 통틀어 지정된 5개의 보물 가운데 4개가 동구릉에 있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에 있는 신도비와 정자각, 14대 선조의 목릉과 18대 현종의 숭릉에 있는 정자각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지난 글에 언급한 바 있듯이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봉분에 잔디가 아닌 억새로 덮여 있다. 이 건원릉에는 보물이 2개가 있는데 첫 번째 보물은 정자각이다. 1408년 설치되어 올해로 610년을 이어오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함과 동시에 조선 최초의 정자각으로 조선왕릉 정자각의 본보기로써 그 의미와 가치가 중요하여 201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다음으로 보물을 가지고 있는 왕릉은 14대 임금 선조의 목릉이다. 목릉은 1개의 능원에 3개의 언덕으로 조성된 동원이 강릉 형식이다. 가운데는 가장 먼저 승하한 의인왕후가, 왼쪽에는 선조임금이, 오른쪽에는 가장 나중에 승하한 정순왕후가 모셔져 있다. 인목왕후의 능은 능침이 개방되어 관람객에게 봉분 주위의 석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선사하기도 한다. 정자각은 한자로 丁자 모양을 한 데서 만들어진 이름인데 영어 T자 모양과도 비슷하다. 왕릉은 승하하신 임금의 처소이기에 궁궐과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임금의 침전을 상징하는 곳이 바로 정자각이다. 목릉 정자각은 선조임금과, 의인왕후, 인목왕후 3분이나 모셔져 있어 가장 많은 신위가 모셔진 곳 가운데 하나이다.
마지막 보물은 현종임금과 명성왕후가 모셔진 숭릉에 있다. 숭릉의 정자각은 조선왕릉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자각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5칸인데 비해, 숭릉 정자각은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8칸이다. 하지만 숭릉의 정자각이 보물이 된 이유는 지붕에 있다. 다른 왕릉의 지붕이 맞배지붕을 하는 데 숭릉 정자각은 유일하게 팔작지붕을 하고 있으며, 17세기에 조성된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 가치의 소중함을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되었다.
주지하듯이 동구릉은 한국 최대의 조선왕릉이다. 9기를 한 번에 돌아보기는 다소 벅찬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주제를 정하여 2번이나 3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하나의 답사 주제를 정하라 한다면, ‘동구릉에 있는 보물찾기’를 권한다. 동구릉의 가장 안쪽에 있어 발길이 많지 않은 숭릉, 석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목릉, 조선 최초의 왕릉 건원릉, 이 3곳의 왕릉은 그 자체로도 관람의 가치가 충분하지만, 보물을 지니고 있는 왕릉이라는 곳에서 더욱 특별한 만족을 느껴볼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