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A씨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중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걱정이다. 네이버와 구글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AI 기반 번역 서비스를 본 후 이 걱정은 더 커졌다.
최근 기계학습(딥러닝)이 응용된 인공지능 번역이 고도화되면서 학원·통번역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초보적인 통번역 시장부터 인공지능이 잠식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기계번역, 인공지능 도입으로 획기적 발전
네이버와 구글은 기계번역 서비스를 2000년대부터 제공해왔다. 네이버는 한국어와 일본어 번역에서, 구글은 영어·유럽어권 번역에서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어와 영어처럼 어순과 어원이 전혀 다른 언어간 번역은 ‘조잡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단어나 구(句)를 해석하고 뜻을 조합했던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기계번역 업계 선두주자 구글도 인공지능 번역 기술을 한국어, 중국어 등 아시아 주요 언어에도 도입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뉴스 매체의 샘플 문장으로 번역 향상도를 테스트한 결과 오류가 55%에서 85% 가량 감소했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최근 인공지능으로 이뤄낸 기계 번역 성과가 지난 10년간의 노력을 합친 것 이상”이라며 “학습 내용을 축적해 갈수록 더 나은, 더 자연스러운 번역이 제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자리 상당수 사라질 것” VS “인간만큼 못한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11월29일 인공지능 기반 구글번역 서비스를 소개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자사 번역 서비스의 우수성을 자평했다. 그는 “과거에는 국내 뉴스를 직원들이 일일이 영어로 번역해 본사에 보고했지만 이제는 구글 번역을 직접 이용한다”며 “약간의 수정만 거치면 무리없이 (국내 뉴스를 보고할 수 있게 돼) 일손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영어학습, 통번역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A씨는 “젊은 강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AI번역에)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며 “더 큰 걱정은 AI번역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데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문성을 쌓지 못한 시장 입문자들은 일할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질 것 같다”며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동료들중 상당수가 동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번역은 각 나라 간 문화와 뉘앙스 차이가 있어 인공지능이 이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성이 강한 분야나 용례가 많지 않은 소수 언어일수록 인공지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이다.
임승표 한국번역가협회 부회장은 “번역가들 사이에서도 최근 인공지능 번역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번역은 뉘앙스라는 10% 차이에서 갈려 쉽사리 (AI가) 침범하기 힘든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말의 경우 일반적인 말도 영어로 옮기기 어렵다”며 “한문 번역처럼 전문가가 부족한 분야는 100년이 걸려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