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2월. 제복을 입은 미 보건 위생국 장관 조슬린 엘더스는 단어에 힘을 실어 말했다. 당시 UN에서 열린 에이즈 관련 컨퍼런스에 연사로 온 그녀가 “청소년들이 위험한 성활동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위’를 권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후 내놓은 답변이었다. 그리고 이 한마디 때문에 엘더스는 직위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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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소아 조기 건강 검진율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눈부신 활약을 보인 엘더스는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국민의 위생과 보건을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이 된다. 첫 흑인 보건 위생국 장관이었다.
의사로서 최고 영예로운 직위. 그러나 엘더스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전한 발언’만 하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그녀의 견해는 늘 논란이 되었는데, 특히 성교육에 관한 발언이 늘 표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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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년간 수많은 비판을 받던 그녀였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엘더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자위발언’ 에 대한 잡음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결국 그녀를 해고했다. 엘더스는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섹스토이샵, ‘굿 바이브레이션즈’는 분통이 터졌다. 사회의 금기였던 마스터베이션(자위)에 대해 목소리를 낸 유일한 사람이 불명예를 당하다니! 도저히 이대로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엘더스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자위의 중요성을 상기하기 위해 날짜를 정해 기리기로 했다.
그게 바로 어제인 5월 7일이었다. 한 섹스토이샵이 20년 전 선언한 “전국 자위의 날”은 이제 그 규모가 점점 커져 “세계 자위의 달”로 번졌다.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과 ‘5월(May)’의 단어 첫 자가 ‘M’으로 같기도 하고, 흔히 성에 눈을 뜨는 것을 봄에 비유하기에 5월이 제일 적절하다고 여긴 것이다.
남녀노소 즐기는 마스터베이션이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인식은 부정적이다. 서양에선 자위를 하면 손에서 털이 나거나 눈이 멀 거라며 겁을 준다. 어린이가 성기를 더듬다 걸리면 부모는 당혹, 경악하며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낸다. 또 성인이 되어 자위하는 것을 유치한 행동, 또는 매력 없는 사람들이 ‘찌질하게’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노년층의 자위는 채신머리없다고 여긴다.
플레져랩도 “M”Month의 이념을 기리며 마스터베이션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물론 홀로 몸을 더듬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자위의 달>을 맞아 다양한 문화 속의 ‘자위’코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영화 <리틀 칠드런(2006)>, <준벅(2005>, <어메리칸 뷰티(1999)>,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를 권하고 싶다. 대놓고 자위를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자위를 하는 상황이 흥미롭다. 책으로는 얼마 전 출간된 작가 임성순의 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을 추천한다. 셀프 기쁨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개발임을 보여준다.
깨끗한 손, 깨끗한 침구, 약간 엉큼한 마음과 더 많은 이들이 특별한 5월을 보내길 바라본다. 해피 자위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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