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 8층 객실에서 불이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해당 호텔에는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투숙객들은 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완강기가 있음에도 투숙객 2명은 7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다 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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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강화된 소방법에 따라 해당 연도 이후부터 승인된 모든 건축물은 3~10층까지 완강기를 설치해야만 한다. 완강기는 고층에서 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천천히 내려올 수 있도록 만든 비상용 기구로, 이를 이용하면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법이 시행된지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인식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30)씨는 “완강기가 뭔지는 아는데 어떻게 쓰는 지는 모른다”며 “배운 적도 사용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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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전문가들은 소방 피난도구로써 에어매트보다 완강기가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험 교육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에어매트의 경우 고층에서 봤을 때 상당히 작게 보여 ‘과연 여기서 떨어졌을 때 살 수 있을까’ 망설이게 된다”며 “완강기의 경우 15층 이하에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는 유용한 피난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화기 사용의 경우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완강기에 대한 체험 교육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소방 교육인력을 대폭 충원해 소방서에 교육훈련팀을 배치하고 체험관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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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전날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와 관련해 수사본부장을 송유철 부천원미서장에서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으로 격상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다 사망한 투숙객 2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화재 사고 당시 처음 뛰어내린 여성 투숙객이 모서리 쪽으로 떨어지며 에어매트가 뒤집혀 다음으로 뛰어내린 남성 투숙객까지 숨진 바 있다. 당시 목격자가 찍은 에어매트 사진에는 ‘119부천소방서’가 거꾸로 돼 있어 잘못 설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으나 소방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다만 제대로 설치된 에어매트의 경우 뒤집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소방 당국이 제대로 설치·관리했는지 여부 역시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해당 숙박업소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에어컨 누전이 원인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옮겨붙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당시 화재가 발생한 객실에서 묵었던 투숙객이 ‘에어컨에서 틱틱 소리와 탄 냄새가 난다’며 객실 변경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특히 침대 매트리스의 경우 나무 재질의 책상보다 230배 빠른 속도로 불이 번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화재 역시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