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락한 뒤 배럴당 약 40달러선까지 회복했으나, 이 수준보다 더 이상은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셰일 업체들이 생산을 재개할 만한 유가 수준은 최대 45달러선으로 판단하는 만큼, 해당 구간까지 유가가 오르면 공급 증가로 가격은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전 수준의 글로벌 석유 수요 회복은 2022년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준·Fed)이 발표한 2분기 ‘에너지 서베이(Energy Survey)’를 보면 여전히 미국 에너지 업체들의 사업 활동 지수는 2분기 -66.1포인트로 1분기 -50.9포인트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 석유개발(E&P) 업체들의 원유 생산 지수도 2분기 -62.6포인트로 1분기 -26.4포인트보다 수치가 크게 악화됐는데, 영업비용인 배럴당 30달러를 상향 돌파한 이후에도 생산 재개 시 발생하는 추가비용 때문에 곧바로 증가세로 전환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댈러스 연준은 분기마다 미국 원유·가스업체들의 생산 활동, 가격 및 산업 전망 등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다. 이번 2분기 나온 설문조사는 지난 6월 10~18일 에너지 관련 업체 168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사실상 에너지 생산을 중단한 상황에서 언제 재개가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엔 약 30%가 배럴당 36~40달러, 약 27%는 41~45달러라고 답했다. 글로벌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기가 언제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36%가 2022년 이후라고 답했다.
박 연구원은 이에 대해 “WTI가 배럴당 40달러 중반대를 돌파할 경우 이는 증산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가 재차 하락할 전망”이라며 “수요와 관련한 설문에서는 참여자들의 다소 비관적인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해석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글로벌 석유 수요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예년 수준으로의 완벽한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향후 공급 요인 변동에 따라 유가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인데, 연말까지는 30~40달러 중반대의 유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