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네 슈퍼를 가면 꼭 그랬다. 형형색색 화려한 주전부리 앞에 매료된 꼬마들은 연신 엄마를 외쳐댔다. “저건 이 썩는다.” “이건 어제도 샀잖니.” “네 아빠한테 사달라고 해라.” 그러다 등짝을 몇 대 얻어맞으면, 가장 ‘만만한 것’이라도 얻어내리라는 오기가 생긴다. 그럴 때 눈에 들어오는 건 껌, 사탕, 그리고 탱탱한 귤색 옷을 입은 ‘천하장사 소시지’.
진주햄이 1985년 출시한 천하장사 소시지는 어느덧 ‘국민 소시지’가 됐다. 출출할 때 즐기기 좋은 용량과 가격으로 서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팔려나간 것만 33억 개를 넘겼다. 탄생 후 33년, 천하장사 소시지가 최신 트렌드에 발맞춰 진화를 택했다. 얇디얇은 소시지 안에 콰트로치즈와 참치를 그득하게 채워 넣은 ‘더블링’을 출시, 고급소시지 시장을 노린다.
소시지의 속살에 숨겨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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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기세는 좋다. 더블링은 출시와 동시에 ‘SNS 스타’가 됐다. 16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더블링 관련 게시글만 1000개를 넘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우리가 알던 천하장사 소시지가 진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슈다. 여기에 ‘비주얼’이 한몫했다. 더블링은 기존 소시지들과 달리 낱개 스틱 제품을 하나씩 개별 포장했다. 소시지치곤 고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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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소시지니까, 천하장사니까 그랬다. 식감이 그려졌다. 한입 베어 물어봤다. ‘오!’ 더블링 콰트로치즈, 확실히 맛있다. 고체형 치즈가 알알이 박혀있는 기존 치즈소시지보다 풍미가 좋다. 치즈가 물컹물컹 씹히는데, 생각보다 짜지 않고 담백하다. 더블링 참치마요는 어떨까. 이 제품은 사실 참신한 조합만큼, 참신한 맛을 선보이진 않는다. 담백한 참치와 담백한 소시지의 만남은 준수한 결과를 낸다. 다만 조금은 퍽퍽하고 심심하다.
좋아진 맛, 그만큼 올라간 가격
더블링 두 개를 먹고 나니 어릴 적 만만하던 그 천하장사가 아니다. 괜찮은 간식을 즐긴 느낌이다. 포만감이 꽤 있다. 열량도 의외로 낮다. 더블링 콰트로치즈 65칼로리, 더블링 참치마요는 60칼로리다. 야식으로도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박 기자의 ‘개인취향’ 평가>
- 맛 : ★★★☆
- 가성비 : ★★★
- 재구매의사 : ★★★
- 총평 : 달라진 맛에 ‘엄지 척’, 올라간 가격에 ‘시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