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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대책이 주택공급을 책임지는 건설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당장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대책 효과는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추가 규제 완화 등 시장이 기대했던 활성화 방안이 아예 빠진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정부는 후분양으로 전환한 물량을 2년간 전세 등 임대로 활용한 업체에 대해 추가 저리 대출을 해줘 임대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건설사들이 참여할 유인이 낮아 기대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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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공공물량은 지구지정 해제·사업승인 및 청약시기 연기를 통해 향후 3~4년간 주택공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고양풍동2지구처럼 사업이 초기 단계인 경우에는 사업성 등을 평가해 아예 지구지정을 해제하고 사업이 진행 중인 지구(광명·시흥)는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총 2만9000가구를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수도권에 지정된 택지개발지구에 대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사업이 진행 중인 지구는 3~4년간 9만가구의 인허가 일정을 뒤로 미룰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4년간 사업승인물량을 종전 34만8000가구에서 22만9000가구로 12만가구 가량 줄인다.
공공분양주택의 청약시기도 조절한다. 향후 4년간 5만1000가구의 공공분양 청약시기를 연기한다. 특히 올해와 내년 2만9000가구를 줄여 청약물량 조정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조정된 물량은 2017년 이후에 공급될 예정이다. 공공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앞으로 공공물량에 대한 희소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2017년 이후 미뤄진 물량이 쏟아져 또다시 공급과잉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 분양을 억제하기 위해 대한주택보증(이하 대주보)의 분양 보증 심사 시 분양성 평가를 대폭 강화해 분양성을 기초로 보증료를 차등 부과한다. 이에 따라 미분양 적체가 심한 경기 용인·김포·파주시 등에서는 보증료가 인상될 전망이다. 사실상 보증료 인상을 통해 신규 분양을 막겠다는 취지여서 땅을 사놓고 분양을 준비 중이었던 건설사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분양 예정이거나 현재 미분양 상태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후분양을 유도한다. 건설사가 후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대주보가 지급보증을 서 금융기관으로부터 건설자금의 50~60%를 저리(5~6%)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건설사들이 선분양을 통해 수분양자로부터 계약금·중도금 등을 받아 건설자금을 조달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번 조치로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큰 사업장은 후분양을 통해 안정적으로 건설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고 업체 역시 분양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 이전보다 사업 대응이 유연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주 주택건설협회 주택정책부장은 “집값 상승기엔 건설사들이 임대주택으로 돌릴 유인이 없어 사실상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분양이 안돼 임대로 돌린다 해도 이런 곳은 입지 여건이 떨어져 수요자 선호도가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자 위한 대책 없어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한계는 정작 수요 진작을 위한 대책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의 주택공급 시기를 조절하는 방안만 제시했을 뿐 시장이 기대했던 추가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번 정부의 조치는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과제여서 당장 지금의 시장 상황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수도권 시장의 경우 주택 공급과잉이 뚜렷한 만큼 공급을 줄이겠다는 건 시장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이라면서도 “정작 수요 진작을 위한 대책은 빠져 당분간 시장 침체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