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노트)스포츠와 도박

  • 등록 2010-06-14 오전 10:54:17

    수정 2010-06-14 오전 10:54:17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막을 올린 지난 11일 여의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흥미로운 내기가 벌어졌다. 주제는 우리나라 축구팀이 첫 경기인 그리스전에서 몇대 몇으로 이길지에 대한 것. 간식값을 걸고 벌이는 단순 내기에서는 0대0 무승부에서부터 5대0 우세승에 이르기까지 예측인지 바람인지 모를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여기서 판이 더 커지면 좀 더 진지해진다. 축구팬들은 체육복권을 이용해 승부를 건다. 그리스전이 시작되기 10분 전 마감된 스포츠토토 베팅에서는 우리나라와 그리스의 0대0 무승부에 54만5만 명이 몰렸다. 실제 경기결과인 2대0 승리에는 48만4000명이 몰린 걸 볼 수 있었다. 워낙 관심이 커지다보니, 남아공 월드컵 복권위원회를 사칭해 250만달러의 월드컵 복권에 당첨됐다고 유혹하는 사기메일도 등장했다.

이같은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어서,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최근 온라인 베팅이 불법이라며 이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 결과에 대한 내기는 축구 뿐 아니라 야구와 농구, 배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팬들의 내기심리를 활용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일찌감치 즉석복권을 판매,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미식축구(NFL) 역시 스크래치식 즉석복권을 판매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도박 자금이 가장 큰 수입원이라 할 정도로 시장이 양성화돼 있다. 일부 팀들은 유니폼 스폰서로 도박회사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 피트 로즈와 경매에 등장한 야구방망이.
스포츠팬들의 입장에선 재미삼아 조금씩 돈을 거는 내기가 그저 재미있을 뿐이지만 해당 팀 선수나 감독이 직접 돈을 건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같은 일은 전세계 스포츠계에서 간간이 목격되고 있고, 밝혀지면 스포츠계에서 영영 추방되는 일도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온라인경매에 현역시절 마지막 안타를 친 야구방망이가 등장한 `피트 로즈(Pete Rose)`도 그 중 한 명. 로즈는 1960~19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 명실상부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지만, 신시내티 레즈 감독시절 자신의 팀에 돈을 건 `승부조작 사건`이 밝혀지면서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오랜 명성과 단기간의 실수 사이에서, 그가 4256번째 안타를 쳤을 때 사용했던 야구방망이의 경매가는 어느 정도에 이를 지 자못 궁금해진다.

뭐든 심해지면 탈이 나지만 적당하면 괜찮은 법이다. 주말 골프도 내기를 걸어야 더 열심히 치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명절날 고스톱처럼, 스포츠 경기 결과도 적당한 선에서 내기를 걸어야 맛이 날 것 같다. 우리나라 축구팀의 다음 경기가 열릴 17일 저녁에는 와글와글한 호프집에서 직장동료들과 맥줏값 내기를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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