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게이트, 금주 기업공개..기술주 IPO 해갈될까

  • 등록 2002-12-09 오전 11:26:39

    수정 2002-12-09 오전 11:26:39

[edaily 권소현기자] 1년여만에 테크놀로지 업계 최대의 기업공개(IPO)가 이번주에 예정돼 있다. 세계 최대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제조업체인 씨게이트(Seagate)는 10일(현지시간) 공모가를 결정하고 11일부터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다. 씨게이트의 공모가 범위는 주당 13~15달러며 최고가로 결정될 경우 공모자금은 10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고사위기에 처했던 테크놀로지 IPO 시장에 씨게이트가 불씨를 던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씨게이트의 공모가 IPO 시장의 전반적인 회생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또 근 2개월간 강세를 보였던 테크놀로지 주가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씨게이트는 신생 테크놀로지 업체라기 보다는 성숙된 제조업체에 가깝다. 이번 기업공개 관련자는 "테크놀로지 업체의 IPO를 전개한다기 보다는 포춘 500기업의 주식을 발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씨게이트가 주력하고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BM이 히다치에 관련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합병바람이 불고 있다. 씨게이트 역시 90년대 이후 구조조정에 나서 직원을 절반 수준으로 감원, 현재 4만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씨게이트의 경영진이 믿을만하고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테크놀로지 업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심한 사업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CNET은 씨게이트의 공모자금은 10억8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지만 이중 씨게이트가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3억1700만달러에 불과해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0년 테크 붐이 절정에 달했을 때 실버레이크를 비롯한 사설 기업인수 전문업체들이 씨게이트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공모자금 대부분이 이들 기업인수 전문업체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업인수 전문업체들은 10억달러를 조금 넘은 가격에 씨게이트 지분을 매입했지만 현재 공모가격은 60억달러 가량으로 IPO가 빠른 시간안에 투자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임을 입증해준다.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씨게이트는 펀더멘털상으로 좋은 기업이다"라며 "그러나 기업인수 전문업체가 가져가는 공모자금이 너무 많아 재무상으로 이번 기업공개가 씨게이트에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호예수가 풀릴 경우 시장에 흘러나올 주식이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다. 보통 기업공개 이후 6개월이 지나면 보호예수가 풀리는데 씨게이트의 경우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물량은 기업공개로 발행되는 신주의 5배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게이트에 씨게이트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인정하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하드디스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씨게이트는 히다치와 같은 업체와는 다르게 고객과 경쟁하고 있지 않으며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 씨게이트가 기술조류 변화에 있어서 제3의 파트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씨게이트는 지난 9월로 마감한 분기에서 XIO테크놀로지의 매각을 감안할 경우 15억6000만달러의 매출액과 주당 29센트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전년비 22% 증가한 15억8000만달러의 매출액과 224% 급증한 주당 1.10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맥스터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씨게이트는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가 "씨게이트의 IPO는 일거리가 없는 투자은행들을 먹여살릴 특별한 사건"이라며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표현할 만큼 씨게이트의 기업공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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