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전자여행허가제(K-ETA) 도입 이후 지난해 태국에서만 1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태국 고위직, 유명인사 등이 K-ETA 불허를 받은 사례가 공유되며 태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명동 거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들 (사진=한국방문의해위원회) |
|
16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K-ETA 시행 이후 연간 단체 방한 관광 취소 현황 사례’를 공개하고 지난해 태국에서 최소 91건의 단체 여행객 9947명이 한국 여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태국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이유 중 하나는 K-ETA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에는 비교적 신원이 확실한 태국 기업이 한국 단체관광을 계획했으나 165명 중 95명이 K-ETA 불허가를 받았다. 이 기업은 한국 여행을 취소했지만 기존 예약한 항공권과 숙박비를 환불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강 의원은 “단체관광객 다수가 기업 포상여행객으로 신원이 확실함에도 K-ETA의 불명확한 승인 기준 탓에 한국 입국행을 허가받지 못했다”며 한국 여행을 취소한 관광객들이 일본, 대만 등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주변국으로 행선지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한-일 태국 관광객은 일본이 한국의 2.3배 규모였지만 올해 3.48배로 한국을 크게 앞섰다.
지난해에도 태국 고위직과 유명 인사등이 연이어 K-ETA 불허를 받은 사례가 전해지며 태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됐다. 지난해 12월에는 태국 관광체육부 장관인 피팟 (Phipat Ratchakitprakarn) 의 부인과 가족일행이 K-ETA 불허를 받았고, 태국 한 유명 배우는 가족 18명과 여행경비 4000만원의 럭셔리 한국 여행을 기획했지만 4명이 K-ETA 불허를 받아 가족여행에서 제외됐다.
한국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동남아 국가들의 한국 여행도 줄었다. 코로나19 이전 동남아 국가 중 한국을 가장 많이 찾았던 태국은 올해 1~8월 기준 방한객 20만 3159명으로 동남아국 중 4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2019년 대비 방한 회복률은 57.2%다.
강 의원은 “K-ETA 도입 이후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불법체류자문제는 법무부의 단속 강화와 불법 고용주 처벌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쇄국 정책마냥 빗장을 걸어 잠근다면 커져가는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