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의 아버지는 지난 14일 오후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이번에 제가 큰 슬픔을 당하고 있을 때 산업재해 현장에서 제 아이보다 먼저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이 오셔서 제 손을 잡아주실 때 참 죄송했다. 정말 죄송했다. 저는 그때 그렇게까진 마음 아프게 생각 못하고 지나가는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막상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그분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 “제가 지금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저도 참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인데 제 아이가 이렇게 되고 나서부터는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면서도 “앞으로 이 땅에 일하러 갔다가 재해를 당하는, 혹시 죽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없어야 되겠지만 저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또 싸우러 나갈 거다”라고 답했다.
|
그는 사고 직후 노동부가 원청업체인 동방 측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는데, 동방이 사과 기자회견 하기 전 안전대책을 세우지도 않고 작업 중지를 해제해 달라고 신청한 데 대해선 “원래 양심이 없는 줄은 알았지만 이건 아직 자기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들이 사망한 평택항 현장에서 8년 동안 일했다는 이 씨의 아버지는 “(내가 현장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사고에 대해선 회사에서 변명, 말장난을 일체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제가 봤더니 단 5%, 10%, 20%라도 우리 아이가 잘못이 있다면 제가 인정을 하겠단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번 사고는 제 아이의 잘못이 단 0. 00001%도 없더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에서 안전관리자 신호수 2명을 정해 놨는데 제가 2명도 필요 없다고 했다. 딱 1명만 그 자리에서 작업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딱 1명만 안전관리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런 사고는 벌어지지 않는다”며 “그런데 그 딱 1명의 하루 일당이 얼마냐. 아침부터 저녁 5시까지, 퇴근할 때까지 딱 10만 원을 번다. 딱 10만 원이면 안전관리요원을 채워넣을 수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 10만 원 때문에 남의 집 자식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낸단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또 “일하러 갔다가 안 다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게 정상인데 일하러 갔다가 안 다치고 들어온 날은 재수가 좋은 날인 거다”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
한편, 이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합동 기구를 구성했다.
고용노동부는 해양수산부와 경찰청, 지자체, 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TF를 구성하고 14일 1차 화상 합동 회의를 열어 진상규명과 유사 사고 방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씨 사망 직후인 지난달 26일과 27일 노동부가 사고 현장을 감독한 결과 작업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이 부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원청 업체 ‘동방’은 작업계획서 작성 등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는데, 사고 이후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노동부와 해수부 등은 평택항을 포함한 전국 5대 항만과 동방 소속 사업장을 대상으로 합동 감독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