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들에게 손대지 마라"…학생도 경찰도 교수도 '#미투'

오는 8일 '세계여성의날' 맞아 34회 한국여성대회 열려
고등학생·경찰·교수 등 연단 올라 직접 '나도 당했다' 고백
"성폭력 폭로 후 되레 꽃뱀 낙인 찍혀 두번 죽었다" 분노
  • 등록 2018-03-04 오후 3:25:29

    수정 2018-03-04 오후 4:00:16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교수로서 20년 넘게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너무나 많은 권력형 성폭력을 목도했다. 변태 교수들아, 우리 딸들을 만지지 마라!”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3일 오후 12시 광화문 광장에서 제 34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등학생부터 경찰, 교수에 이르기까지 성폭력·성추행 피해를 당한 각계각층의 여성들이 연단에 올라 피해 사실에 대한 공개발언에 나섰다.

이날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여성 A씨는 사이버 성폭력으로 망가진 자신의 삶을 무대 위에서 고백했다. A씨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해외 SNS에 가입해 내 이름을 사칭한 계정을 만들고 ‘원나잇할 남자를 찾는다’는 글을 올리고 내 얼굴과 모르는 여성의 나체를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며 “모르는 사람의 연락을 받고서야 이런 글이 올라왔다는 것을 알았고 고소하려고 경찰을 세 번 찾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 번 모두 고소를 거절당했다”며 흐느꼈다.

이어 A씨는 “가해자는 ‘외국사이트 사칭계정으론 처벌 안돼’라며 문자를 해오고 지금도 P2P에 나인 척 사칭하면서 다른 사람의 나체와 내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고 있다”며 “나는 증거 수집을 위해 화면을 캡쳐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무슨 이런 법이 다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현재 직장을 그만둔 상태다.

이날 교복 차림으로 발언에 나선 고등학생 이은선(19)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에게 1년 간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이양은 “담임선생님은 내 몸을 만지고 무릎에도 앉히는 등 성추행을 해 외부 성교육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설마 선생님이 그러겠냐’며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양은 “청소년에게 치마교복을 강제하는 등 여성성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조직 역시 미투운동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19년 동안 경찰에 몸을 담았다고 소개한 임희경씨는 “후배 여경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민 상담을 해와서 ‘당한 사실이 있다면 공론화해서 용기 내 신고하자’고 도와줬는데 공론화에 조력했다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되고 꽃뱀 여경으로 낙인찍혔다”며 “가해자는 내가 처리한 업무를 조작해서 직무유기 혐의로 창원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에서도 나를 꽃뱀 여경으로 낙인찍어 나는 두 번 죽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5년 교수 재직 시절 다른 교수에게 당한 성추행을 폭로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도 이날 연단에 섰다.

남 전 교수는 “여자들이라면 성폭력·성추행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과장되면 부장에게 당하고, 부장되면 사장에게, 사장되면 회장한테 당한다”고 울먹이며 “미투는 권력형 성범죄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남 전 교수는 “정치와 제도가 바뀌어서 피해자는 원적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하고 가해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변태 교수들아 우리 딸들을 만지지 마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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