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끊긴 매수 흐름‥취득세 인하 '약발'도 안먹혔다

취득세 놓고 한차례 혼란
거래 끊기고 전화문의 줄어
취득세 최대 수혜지 강북권도 '썰렁'
  • 등록 2013-11-10 오후 3:44:32

    수정 2013-11-10 오후 3:44:32

▲ 최근 정부와 여당이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를 대책 발표일인 8월 28일로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주택시장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관망세가 더 짙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집을 살 때 내야 하는 취득세를 절반 깎아주는 취득세 영구 인하 시행 시기가 대책 발표일인 8월 28일로 최종 결정됐지만 주택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9~10월 반짝했던 주택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취득세 인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에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 거래도 줄고 아파트값도 보합세다. 집값 전망과 매매 시기 등을 묻는 상담 전화도 뜸하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현상은 6억원 이하 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 강북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정부는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율을 기존 2%에서 1%로 절반이나 깎아주기로 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취득세 영구 인하 시행 시기를 놓고 한 차례 큰 혼란이 빚어지면서 매수세가 실종된 뒤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좀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 심리만 커졌다”고 말했다.

취득세 인하 소급 결정으로 가장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서울 강북지역이다. 수혜 대상인 6억원 이하 주택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셋값과 매맷값 차이도 크지 않아 전세 세입자라면 매수를 고민해 볼 여지도 크다.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을 담은 8·28 전월세 대책이 나온 직후 지난달까지 이 지역 주택 거래가 늘면서 집값이 소폭 오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수유벽산1차 단지 내 N중개업소 대표는 “두달 전까지만해도 가을 이사철을 맞아 거래가 잘 됐다”며 “하지만 얼마 전 취득세 감면 시점을 놓고 혼란이 빚어진 뒤 다시 소급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주택 매수 흐름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9~10월 거래가 늘면서 전용 84㎡형은 2000만원가량 올라 지난해 시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최근 취득세 논란이 벌어지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이 아파트 단지 내 B공인 관계자는 “취득세 인하 소급 적용으로 지금 집을 사도 세금을 아낄 수 있지만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데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는 인식이 많이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노원구 중계그린 아파트 H공인 관계자도 “분위기가 확 가라앉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취득세 감면받자고 당장 집을 살 리 만무하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올 연말 종료 예정인 양도세 감면 혜택을 노리고 집을 사기도 꺼림칙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퍼지면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내려 10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취득세 감면 혜택에서 빗겨나 있는 6억원 초과 주택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난 4월 입주한 마포구 신공덕동 신공덕아이파크의 경우 84㎡형 시세가 6억원을 웃돌다 보니 새 아파트인데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6억원 초과 주택이 많은 강남권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단지 내 S공인 관계자는 “강남지역은 대부분 아파트가 6억원을 넘어 취득세 인하 혜택과 무관하다 보니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규제 완화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 상황은 더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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