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BW로 재미봤던 외국인들 "옛날이여~"

규정강화 뒤 국내서 개인들과 청약경쟁신세
원하는 물량확보 어렵고 환리스크도 안아야
  • 등록 2007-08-09 오전 10:51:41

    수정 2007-08-09 오전 10:51:41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지난해까지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채권을 인수해 짭짤한 재미를 봤던 외국투자자들이 발행규정 강화 이후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발행되는 주식관련채권이 메리트가 떨어지자 국내에서 발행되는 주식관련채권을 놓고 개인투자자들과 청약경쟁을 벌여야 하는 등 투자환경이 나빠졌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해외주식관련채권 발행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자 올해들어 외국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발행되는 주식관련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청약경쟁에 나서고 있다.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 외국인들은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사모로 발행하는 주식관련채권을 원하는 만큼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사모로 발행된 주식관련채권이 대주주나 일부 외국인 또는 기관투자자들의 단기차익에 이용된다는 논란으로 규정이 강화되면서 국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일부 투자자에게만 배정하는 사모형태로 발행할 경우 매입한 투자자가 1년 동안 주식전환 등 권리행사를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럴 경우 주식으로 바꿔 단기간에 차익을 내고 빠져나가는 투자방식에 제약을 받게되고, 1년 동안 주가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또 공모로 발행하는 경우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되면 그동안 해외 주식관련 사채 발행 과정에서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경험이 없는 업체나 주관사 증권사의 업무가 까다로워지고, 신용평가 의무화에 따라 부실기업의 발행이 실질적으로 제한 되는 등의 제약요인이 발생한다. 업체들의 발행비용도 높아진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형식만 공모형태를 갖추고 실제로는 사모로 발행될 가능성을 우려해 공모발행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보고 있고, 실제로 해외에서 공모로 발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들어 기업들은 그동안 해외에서 주로 발행했던 CB나 BW를 국내에서 개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공모로 많이 발행하고 있다. 실제로 전환사채의 경우 올들어 7월까지 국내 발행은 총 4903억원(발행결의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02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해외전환사채는 올들어 7월까지 4295억원이 발행돼 지난해 같은기간 6498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렇게되자 외국투자자들도 국내에서 발행되는 주식관련채권 청약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광전자(017900)가 12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 공모청약에 외국계인 `케이쓰리캐피탈펀드`가 참여해 33억5600만원 가량의 물량을 받아갔다.

지난달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마니커(027740)의 경우에도 외국계인 플래티넘 파트너스 밸류 아비트라지펀드가 60억원 가량을 인수했다. 또 지난달 170억원 규모를 발행한 알덱스의 경우 외국계인 캔버스캐피탈매니지먼트가 70억원 가량 인수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IB본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국내기업이 발행하는 해외주식관련채권을 원하는만큼 매입해 차익을 누렸던 외국투자자들이 강화된 규정으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인과 청약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환리스크에도 노출되 수 있는 등 불편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서 공모로 발행하면 그동안 CB나 BW에 관심이 없던 개인투자자들도 뭉칫돈을 갖고와 청약에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이 국내에서 공모로 발행될 경우, 최소 한달 뒤부터 주식전환 등 권리행사가 가능해 주가상승시 물량부담이 될 수 있어 일반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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