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40대 남성 A씨는 찜질방에서 숙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직한 그는 생활정보지 광고에서 신분증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대출을 덜컥 받았다. 하지만 이후 대리점에서 수십 개의 휴대폰이 개통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서민금융진흥원은 A씨에게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동시에 불법 추심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안내했다.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서민을 제도권 금융이 품기 위한 소액생계비대출에 수요가 몰리면서 복합상담 지원 가운데 불법 채권추심으로부터 차주를 보호하는 ‘채무자대리인’ 제도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3주차인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총 4985명이 소액생계비대출 29억5000만원을 받았고, 동시에 1270건의 채무자대리인 지원 안내가 진행됐다.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첫 주인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의 채무자대리인 지원 안내 건수 500건에 비해 2.54배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소액생계비대출의 복합상담 지원 1만5726건 중 채무자대리인 지원 안내가 차지하는 비중도 첫주 9%에서 지난주 26%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신고 건수로 연계된 상당 부분이 채무자 대리인제도로 연결된 것 같다”며 “상담 과정에서 채무자대리인을 알아봤거나 현재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등 상담을 통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높은 분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사금융 연계 신고는 같은 기간 첫주 48건에서 지난주 97건으로 2배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소액생계비대출을 진행하면서 단순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채무조정, 복지연계, 취업지원, 휴면예금 찾기, 불법 사금융 피해 대응 등복합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차주를 불법 추심에서 보호하는 제도다. 불법 추심은 가족관계인 등 제3자에게 채무사실을 고지하거나 채무변제를 요구하고, 저녁 9시부터 아침 8시까지 전화나 방문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등록 및 미등록 대부업자로부터 불법 추심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차주가 변호사를 선임하면, 그 이후부터는 추심업자가 채무자를 찾아가거나 전화나 문자 등으로 직접 연락할 수 없다. 추심업자는 선임된 변호사를 통해서만 연락하거나 추심행위를 할 수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선임되는데, 차주는 선임비용을 내지 않는다. 대신 금융당국이 약 20만원을 법률구조공단에 지급한다.
올해 채무자대리인 제도 예산은 8억8000만원 정도다. 지난해 10월 이후에 소액생계비대출이 구상되면서 채무자대리인 제도 예산에도 관련한 수요 증가 요인이 반영되지 못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들어 채무자 대리인 예산 집행 속도가 빨라져 조기에 예산이 소진될 우려도 있다”며 “그런 경우라도 사업이 끊기지 않도록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